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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기업 밸류업은 뒷전…'큰손 영업'만 공들이는 PEF

입력 2025-11-17 17:33   수정 2025-11-18 00:19

마켓인사이트 11월 17일 오후 5시 16분

경영권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PEF)는 소수정예 전문가 집단이다. 대부분 10명 안팎의 소규모 조직이다. 이들의 핵심 역할은 좋은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되파는 일이다. 운용 성과가 좋은 PEF에 큰손 자금이 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내 PEF업계에선 기업 밸류업 역량보다 중요한 능력이 있다. 펀드 출자사(LP) 관리다. PEF가 펀드를 조성하려면 주요 연기금·공제회의 선택을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조 단위 자금을 운용하는 PEF로 발돋움하려면 주요 연기금·공제회가 매년 진행하는 출자 사업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런 ‘뷰티 콘테스트’는 한국 PEF 시장에만 있다. 글로벌 PEF가 딜 발굴과 기업 밸류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반면 토종 PEF는 국내 LP 네트워킹, 이른바 ‘형님 영업’에 역량을 쏟아붓는 이유다.

◇한국 벗어나지 못하는 토종 PEF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국민연금과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공제회가 진행한 출자 사업(총 출자 규모 3000억원 이상)에서 스카이레이크는 아홉 차례 선택을 받았다.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는 각각 일곱 차례, JKL파트너스는 여섯 차례 선정됐다. 이들 PEF가 선정된 횟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 곳 모두 수천억원 규모 바이아웃(경영권 거래)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이들 PEF의 성과가 나쁘지 않았지만 다섯 곳이 대형 LP 자금의 3분의 1을 독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PEF 출자 구조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 PEF 전문가는 “LP 사이에서도 성과가 나쁘지 않고 관계가 좋은 PEF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를 제외하면 토종 PEF 중에는 글로벌 LP 자금을 유치한 적이 한 차례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역량은 떨어지고, 하방이 막힌 안정적인 그로스캐피털 투자를 기웃거리는 토종 PEF에 글로벌 LP가 자금을 맡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성 부족하고, 유행만 좇아
한국에선 특정 섹터에 전문성을 갖춘 대형 PEF 운용사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특정 섹터에만 투자해선 조 단위 펀드 자금을 모두 소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엔 토마브라보(테크·IT), TSG컨슈머파트너스(소비재), 린텐캐피털파트너스(헬스케어) 등 섹터별 전문 PEF가 있는 반면 한국에선 특별한 전략 없이 마구잡이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잡탕’ PEF만 양산되고 있다.

토종 PEF들이 기업 밸류업보다 펀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글로벌 PEF는 ‘인수 후’ 작업에 집중할 산업 전문가들로 오퍼레이션 조직을 탄탄하게 구성하는 반면 토종 PEF는 딜의 구조를 짜는 금융 전문가로 대부분 꾸린다는 게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확고한 철학이나 전략 없이 투자가 이뤄지자 유행하는 테마에 PEF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차전지 시장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2023년 에코프로비엠 전환사채(CB) 발행에 PEF들이 앞다퉈 참여하기도 했다.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딜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국내 PEF가 진행한 218조원 규모 전체 M&A 거래 중 크로스보더 딜은 13조원(약 6.0%)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토종 PEF들의 우물 안 경쟁을 혁파하려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공제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LP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운용사에 자금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가점을 주는 식이다. 출자 사업에 리그제를 도입해 대형 운용사 간에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규제로 족쇄를 채울 때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국가대표 PEF를 키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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