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증설은 AI발(發) 전력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현준 효성 회장(사진)의 뜻에 따라 단행됐다. 조 회장은 수차례 미국 출장길에 올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스콧 스트래직 제너럴일렉트릭(GE)버노바 CEO 등을 만난 뒤 증설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증설이 끝나면 멤피스 공장은 미국 앨라배마의 HD현대일렉트릭 생산 공장을 제치고 미국 내 생산량 1위가 된다. 멤피스 공장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2020년 2월 4500만달러에 인수한 곳이다.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는지 여부가 전력 인프라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이후 효성중공업은 세 차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끌어올렸다. 인수 직후 초고압 변압기 생산 시설을 마련했고, 지난해부터는 4900만달러를 투자해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멤피스 공장 투자 금액은 모두 3억달러(약 4400억원)에 이른다.
과감한 투자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에 AI 붐이 부른 신규 수요가 더해져 ‘변압기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2020년 441억원에 그친 효성중공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625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영업이익은 6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초고압 변압기 시장은 일반 변압기보다 더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정부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력을 늘리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에너지 등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345㎸, 500㎸ 대비 송전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커진다. 효성은 미국 변압기 시장이 지난해 122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서 2034년 257억달러(약 37조5000억원)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 회장은 “추가 투자를 통해 북미 초고압 변압기 시장 1위에 올라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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