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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불신 커져 달러는 이미 약세…'제2 플라자 합의' 없을 것"

입력 2025-11-18 18:07   수정 2025-11-19 00: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마러라고 합의’ 같은 걸 추진하진 않을 겁니다.”

유럽 대표 싱크탱크 브뤼겔의 공동 창업자 니콜라 베롱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플라자 합의 같은 국제 통화 시스템은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여러 나라와 관세 협상을 매듭지으면서 다음 수순은 달러 약세를 위한 ‘제2의 플라자 합의’(마러라고 합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일축한 것이다. 마러라고 합의는 백악관을 거쳐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로 발탁된 스티븐 마이런이 주장한 구상이다. 베롱은 국제금융과 은행 시스템 전문가다. 2002년 브뤼겔을 설립한 뒤 현재 이 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미국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관세 협상이 마무리됐다. 다음 수순은 마러라고 합의일까.

“마이런 스스로도 마이런 보고서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보고서 발표 후 이미 달러는 상당히 약세를 보였다. 마이런이 더 이상 달러를 약화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유도한 전례가 있지 않나.

“달러를 약세로 돌리기 위한 플라자 합의(1985년)나 과도한 달러 가치 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루브르 합의(1987년) 같은 국제 통화 시스템을 구상하는 건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다. 1980년대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여러 국가가 같은 내용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품을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인다. 그런 구상을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조짐도 없다.”

▷미 정부는 달러 약세를 원하지 않나.

“달러는 현재 분명히 약세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정부의 일부 목적에 부합하는 면이 있지만, 실제 원인은 행정부의 전략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달러 약세의 원인은 뭔가.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를 예전보다 덜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줄이거나 환율 변화에 대비해 헤지에 나서면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시장에선 관세 인상이 달러 강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관세 인상이 달러 약세를 동반한다는 건 미국 정책 당국에 걱정거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1년 전에 비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상승했다. 유로가 기축통화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나.

“그렇다.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달러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유로의 상대적 지위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유로 외에 다른 통화도 있지 않나.

“사실상 세계적으로 달러 외에 대규모로 전환 가능한 주요 통화는 유로뿐이다. 일본 엔과 영국 파운드는 규모가 작고, 중국 위안화는 경제력이 커도 (투자자가 수요에 맞게 아무 때나)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유로는 달러의 대체재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세계적으로 국가주의와 포퓰리즘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지향하는 통합을 저해하지 않을까.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의형제들’ 당은 집권 후에 EU 통합이나 EU의 우크라이나 지원 노선과 충돌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사례를 보면 포퓰리즘 정당이 집권 후에는 생각보다 덜 파괴적일 수도 있다.”

▷유럽 통합의 장애물은 뭐라고 보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재 EU에는 가장 큰 단기적 도전이다. 지금까지는 EU가 매우 결속력 있게 대응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고, EU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미국은 예상대로 지원을 줄였지만 EU는 지원을 확대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EU 회원국이 될 수 있을까.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 전쟁 중에는 어렵겠지만, 전쟁이 끝난다면 우크라이나는 EU 회원국이 되려 할 것이고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EU에만 가입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등이 그런 상태다. EU 회원국인 스웨덴, 핀란드도 최근에야 나토에 가입했다.”

▷유로존은 더 확대될까.

“크로아티아(2023년)와 불가리아(지난 7월)가 최근 유로존에 합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정책, 무역 충격 같은 현안에서 유로존과 비유로존 국가는 큰 차이가 없다.”

▷EU와 한국, 일본 등이 협력해 미국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

“그렇다. 기후변화 대응 등 세제 문제 대응, 금융 안정성 등 여러 이슈에서 EU와 한국, 일본의 이해관계는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함께 가입하는 것과 같은 협력 확대는 매우 합리적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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