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파트너십을 맺은 영국 물류기술기업 오카도가 북미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신규 물류센터 설립이 중단된데 이어 미국 유통 거물로 꼽히는 크로거도 기술협력을 중단하고 자동화 물류창고를 폐쇄하기로 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유통업체인 크로거는 오카도와 협력해 운영하던 메릴랜드, 위스콘신, 플로리다의 자동화 물류창고 3곳을 내년 1월에 폐쇄한다고 밝혔다. 크로거는 2018년 오카도와 기술 협력을 발표하고 미국에서 물류창고 20곳을 자동화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곳 가운데 실제 운영된 곳은 8곳에 불과했다. 크로거는 남은 5곳은 수익성 등을 향후 점검해 운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크로거는 투자 대비 성과가 부진해 해당 물류창고를 폐쇄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에도 크로거는 투자자들에게 "자동화 시설사업의 모든 측면을 점검하고 있다"며 투자 축소를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크로거가 성과가 부진한 다른 물류창고도 폐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크로거는 자동화 물류창고 투자를 줄이는 대신 인스타카트, 도어대시 등 식료품 배송대행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표가 나온 직후 영국 증시에서 오카도 주가는 전날 하루 21.8% 급락했다. 올해 들어 오카도 주가는 연초 대비 45.9% 하락했다.

오카도는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을 식료품 배송에 접목한 리테일테크 기업이다.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최대 난제로 꼽히는 식품 폐기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크로거, 롯데를 비롯해 일본의 이온, 캐나다의 소베이, 호주의 콜스, 스페인의 알캄포 등과도 기술협력을 맺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식품 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롯데는 2022년 오카도와 기술협력을 맺고 2023년부터 부산 강서구에 자동화 물류센터를 건설 중이다. 이 물류센터는 연면적 약 4만2000㎡ 규모로 약 2000억원을 들여 짓고 있다. 오카도가 개발한 상품 선택(피킹)·포장(패킹) 로봇을 활용해 배송 처리량을 기존보다 2배(약 3만여 건)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롯데는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6개의 자동화 물류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오카도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대형마트 업체인 소베이는 지난해 6월 오카도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 물류창고를 더 이상 신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카도와 협력해 3개 물류창고를 건설했으나 예상 대비 온라인 배송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크로거까지 신규 투자를 중단하면서 자동화 물류창고가 투자 대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카도의 자본집약적인 자동화 물류센터가 북미 지역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송지역이 비교적 좁고 온라인 배송이 일상화된 영국, 일본 등에선 성과를 내고 있지만, 배송지역이 훨씬 넓은 미국과 캐나다에선 큰 효용을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 식료품업체들이 온라인 판매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자본 집약적인 유통 센터에 집중한 크로거와 손잡은 것은 실수"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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