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국 라면은 더 이상 이색적인 수입식품이 아니다. 한때 ‘한류 열풍’의 일부처럼 여겨졌던 한국의 매운맛은 이제 일본 소비자의 식탁 위에서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잡았다.가장 눈에 띄는 소식은 일본 유력 경제 전문지 닛케이 트렌디가 발표한 ‘2025년 히트상품 베스트30’이다. 농심의 ‘신라면 툼바’가 한국 라면 최초로 이름을 올리며 일본 내 K푸드 열풍의 중심에 섰다. 닛케이 트렌디는 니혼게이자이신문사가 발행하는 월간지로, 매년 발표되는 ‘히트상품 베스트30’은 판매 실적, 혁신성 등을 종합 평가해서 한 해 일본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선정한다.
닛케이 트렌디는 신라면 툼바를 “인스턴트 라면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 제품”으로 평가했다. 특히 ‘매콤한 크림맛’이라는 독창적인 콘셉트와 ‘전자레인지 조리’라는 편의성이 일본 소비자에게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농심은 지난 4월 일본 편의점 1위 유통업체인 세븐일레븐을 통해 신라면 툼바 용기면을 본격 출시했다. 초도 물량 100만 개가 불과 2주 만에 완판됐고, 이후 봉지면 제품까지 라인업을 확장해 패밀리마트, 로손 등 편의점 3사 전 채널로 진출했다. 출시 후 누적 판매량은 700만 봉에 달한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닛케이 플러스원’이 발표한 ‘밥과 잘 어울리는 아시아 즉석면 톱10’에서 농심 ‘오징어짬뽕’이 3위에 올랐다. 닛케이는 오징어짬뽕을 “쫄깃한 굵은 면발의 해물탕”으로 소개하며 “한국 대표 외식 메뉴인 짬뽕의 매운 국물은 일본의 매운맛과는 다른 풍미를 지녔다”고 평했다. 이어 “신라면으로 알려진 농심이 1992년 출시한 브랜드로, 건조야채의 풍부한 식감이 좋다”고 덧붙였다.
닛케이의 잇따른 호평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농심은 지난 40여년간 일본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며 ‘현지화’의 저변을 넓혀왔다. 1981년 도쿄사무소 설립으로 첫발을 내디딘 농심은, 2002년 일본 판매법인 ‘농심재팬’을 설립하고 유통망과 시식 행사를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
최근에는 브랜드 인지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본 소비자들의 ‘생활 속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체험형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월 ‘삿포로 눈축제’에서는 한정판 ‘신라면 윈터 에디션’을 선보이고, 행사장에 ‘신라면 스마일링크 삿포로’ 부스를 운영해 하루 3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성과를 냈다. 6월 도쿄 하라주쿠에 문을 연 ‘신라면 분식’ 역시 신라면 브랜드를 눈과 입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젊은 층의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화제를 모았다.
일본에서 농심의 달라진 위상은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농심 일본법인의 매출은 2020년 723억원에서 2024년 1064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656억원을 기록하며 또다시 최대 연간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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