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련' 연작으로 유명한 화가 클로드 모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연작 소재가 또 있다. 바로 노르망디 해안 절벽에 방치된 세관 오두막을 담은 그림 30여 점이다. 그런데 세관 건물은 왜 벼랑에 버려져 있었을까?
최근 출간된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는 유명 화가의 그림을 통해 당대 경제사와 최근 경제 현안을 살펴보는 책이다. 모네의 세관 오두막 연작에서 시작해 나폴레옹 시대의 대륙 봉쇄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자유무역체계의 종말까지 다룬다.

얼핏 거리가 멀어보이는 경제와 예술 사이를 종횡무진 오간다. 지난해 4월 큰 화재를 겪은 덴마크의 옛 증권거래소 건물 이야기는 덴마크의 국보급 그림인 '코펜하겐 증권거래소에서'라는 단체 초상화로 이어진다. 이 초상화는 페더 세버린 크뢰이어가 1890년대 덴마크 경제를 이끌던 내로라는 인사 50명을 그린 작품이다. 자본시장의 논리가 적용된 이 그림의 제작비 충당 방법을 읽다보면 어느새 덴마크의 세계적인 해운기업 머스크에 대한 정보,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고향 고덴세가 로봇의 도시가 된 이유 등을 익히게 된다.
저자 김치형은 경제방송 기자, 신약개발 회사와 자산운용사 임원을 거쳐 현재 한국경제TV 앵커와 MBC라디오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친숙하게 풀어냈던 저자의 내공이 책에 담겨 있다.
흔히 미술품은 '고상한 예술'로 머물지만 그림 한 점에는 우리의 삶이 투영돼 있다고 책은 말한다. 삶은 곧 경제 활동으로, 모든 그림엔 경제가 숨어 있다는 것. 숫자와 그래프 중심의 경제서를 부담스러워하던 독자들도 명화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산업·무역·자본의 흐름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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