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심리 끝에 청구액의 4.6%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받아 든 우리 정부는 승산이 희박하다는 회의론 속에서도 판정 취소 신청을 냈고 이번에 전부 취소라는 ‘완승’을 거뒀다. 1심 판정부가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는 우리 측 주장이 결정적으로 통한 것이다.
이번 승소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인 건 맞지만, 정치권이 이를 공치사로 삼는 것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긴급 브리핑을 자처해 “새 정부가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한 것부터 민망하다. 2022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배상 판정에 불복해 취소 신청을 하겠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이자만 불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대통령실의 한 핵심 인사는 당시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적 결론이 판정으로 나올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라”고 날을 세운 한 전 장관과 야당도 마찬가지다. 뚝심 있게 취소 신청을 주도한 공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관련 부서의 장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검사 시절 ‘삼성 저격수’로 불리며 국정 농단 사건을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그다. 결국 모두 무죄가 선고된 이 수사는 10년간 삼성의 발목을 잡았을 뿐 아니라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우리 정부에 1300억원짜리 소송을 제기하는 빌미를 주기도 했다. 이번 승소는 전 정부의 승리도, 현 정부의 승리도 아니다. 사명감을 갖고 소중한 세금을 지킨 공직자들의 공(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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