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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위안까지 가격 비교…첨단기술 질주에도 안 풀리는 중국 내수[글로벌 현장]

입력 2025-12-05 10:22   수정 2025-12-05 10:23




올 11월 중순 찾은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유명 쇼핑몰의 징둥 매장. 전자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이 매장은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기간인 ‘11월 효과’ 덕분인지 평일인데도 방문 고객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결제하는 고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매장의 직원은 “지난해 11월 광군절 전후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이 거의 반 토막”이라며 “나름대로 매년 11월은 중국의 최대 쇼핑 시즌인데 올해는 별다른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빛바랜 최대 쇼핑 시즌

중국에서 광군절이 속해 있는 11월은 온라인·오프라인에서 각종 쿠폰과 혜택이 쏟아지는 쇼핑 시즌이다. 광군절로 불리는 11월 11일을 전후해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앞다퉈 판매 촉진 프로그램을 펼쳐서다.

광군절은 처음엔 애인이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기념일이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대규모 온라인 할인행사로 기획하면서 이젠 중국 최대 쇼핑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한때는 알리바바, 징둥, 핀둬둬 등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의 과열 경쟁까지 우려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구경만 하거나 고가의 제품 대신 저가의 필수재만 사는 고객만 부쩍 늘었다는 게 현지 유통 업체들의 전언이다.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무하는 30대 중국인 양모 씨는 “올해 쇼핑 축제 기간에는 지난해 대비 절반 정도만 지출했다”며 “올 들어 급여가 많이 줄어 꼭 필요한 속옷이나 신발 이외에 다른 제품은 구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한 제품이라도 사이트별로 가격을 비교해 가장 싼 상품만 골랐다”고 덧붙였다.

빛바랜 광군절 분위기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둔화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청년 실업률까지 높아진 상태라 소비자들은 생필품 구매에서도 0.1위안(약 20원)까지 아끼려는 모습을 보인다. 올해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기존 2~3일이던 광군절 행사 기간을 최대 한 달 이상으로 늘리면서까지 특수를 노렸지만 반응이 시큰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알리바바와 징둥 등이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맞춤형 제품 추천 기능도 대폭 강화했지만 광군절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알리바바는 예년과 달리 올해 아예 광군절 매출·거래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징둥은 광군절 행사 동안 주문량이 전년 행사 기간에 비해 60% 급증했다고 밝혔지만 거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유통 업계에선 “쇼핑객 수만 늘었을 뿐 고가의 제품보다 저가의 필수품만 팔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매년 광군절 때마다 구매 광풍이 불던 고가 화장품 등 해외 명품 판매도 주춤해졌다.
부동산 공백 못 채우는 AI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에선 중국의 장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AI, 로봇, 바이오 등에 연간 최대 140조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4년 넘게 위축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는 데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막대한 첨단기술 투자가 내수 공백을 메우지 못해 중국 경제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10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2.1% 하락했다. 중국 PPI는 2022년 10월부터 3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0.2% 상승했지만 연중 최대 연휴인 국경절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미국과 벌이는 관세전쟁 영향을 받는 일부 생활용품 및 서비스가 CPI 상승을 주도했지만 달걀(-11.6%), 축산류(-7.4%), 돼지고기(-16.0%), 채소(-7.3%), 과일(-2.0%), 곡물(-0.7%) 등 필수 식품은 일제히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CPI 상승률은 2023년 2월 이후 0%대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이 ‘기술 굴기’를 과시하고 있지만 경제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중국의 AI 부문 자본지출이 6000억~7000억 위안(약 14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자립도와 생산성을 높여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전략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선 고정자산 투자가 줄고 소매판매 증가율이 둔화해 내수 위축이 장기화하고 있다. 중국 최대 은행 차이나머천트은행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고객 소비가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고 중국 상위 30개 기업 중 25곳이 가격 전쟁에 휘말린 상황이라고 밝혔다. 로디움그룹은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에 쏟는 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도 안 돼 쪼그라들고 있는 부동산 부문을 대신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제 파장 우려까지



내수 활성화를 주도해야 할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도 바닥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 법정 부채와 그림자 부채(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채)를 합친 총부채 잔액은 92조6000억 위안이다. 최근 4년 새 두 배가량 증가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정치 목적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입된 지방정부 부채가 자금시장 충격에 취약하다고 경고한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줄어든 토지 매각 수입에 부진한 세수로 재정 압박을 받자 의료, 사회복지, 인프라 투자에 손을 놓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내세워도 실질적 개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수 부진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따라 중국 내부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에 심각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우려에도 오히려 기술 성장을 우선시하면서 향후 부동산 시장과 내수 활성화보다 기술개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추가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중국 정부는 기술개발을 더욱 시급한 우선순위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지원 등을 강화할 가능성이 낮다”며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중국은 인구와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어 향후 주택 수요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일자리와 소득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주택 구매자 심리가 살아나는 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올해 부동산 매매가 8% 감소하고 내년에도 최소 6%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올 1∼10월 부동산 개발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7% 감소했다. 올 1∼9월 수치(-13.9%)보다도 악화했다. 10월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5%, 지난해 동월 대비로는 2.2%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다. 마이클 스펜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훙차오 국제경제포럼에서 “중국에 신뢰 회복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관세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 경제계의 한 소식통은 “중국 가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시장 둔화는 소비에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전환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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