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995.91
(60.50
1.49%)
코스닥
900.14
(10.93
1.2%)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고흐가 사랑한 초록빛 압생트…영감의 원천이었나, 비극의 시초였나

입력 2025-11-20 17:05   수정 2025-11-21 02:17

그림의 남녀는 커플일까? 처음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자에 비해 여자가 너무 멀쩡하다. 조명이 어두운 카페에서 다른 술도 아닌 압생트를 마신다. 남자를 보라, 지금 압생트 잔에 한참 물을 붓고 있다. 덕분에 술의 색이 탁한 연녹색으로 변했다.

여성의 술 또한 색이 변해 있으니 이미 물을 더했는데, 마셨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턱을 괸 자세나 표정, 어깨의 각도 등등 모든 면에서 태연하다. 반면 남성은 모자 밑 머리가 흐트러져 있고, 담배를 심드렁히 물고 있다. 물을 더하는 술잔에 꽂힌 시선에는 기대와 더불어 피로가 깃들어 있다.

이 둘이 커플이라면 비슷한 느낌을 풍기지 않았을까? 둘 다 여자처럼 멀쩡하거나 아니면 남자처럼 지쳐 있는 편이 그야말로 ‘그림’이 더 살아 보이지 않았을까? 내가 화가였다면 후자를 택했을 것 같다. 술을 같이 마시는 사이는 아무래도 나의 흐트러진 모습도 보여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가능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술이 압생트인 데다가 작품(‘압생트를 마시는 사람’·1908)의 시기-벨에포크-까지 감안하면 긴장을 풀고 있는 모습이 적절할 것 같다. 하지만 화가(장 베로·1849~1935)는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되레 이 두 사람이 커플이면서도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줄 때의 긴장감이 압생트와 힘겨루기를 할 수 있다 보았으리라. 그렇다면 남자보다 여자가 멀쩡한 게 다시 한번, ‘그림’이 된다.

술이 압생트, 그것도 20세기 초의 버전이 아니었더라면 그림 한 점을 놓고 등장인물의 모습에 이렇게 집중하지 않았을 것이다. 압생트는 프랑스인 의사 피에르 오르디네어가 18세기 후반 스위스에서 개발해 19세기를 거쳐 20세기 초입까지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아니스와 회향, 약쑥 등을 주정에 더해 증류해 특유의 향으로도 유명한 압생트는 프랑스에서 예술가의 술로 각광받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제임스 조이스, 빈센트 반 고흐 등에게 영감의 원천 노릇을 했다. 반 고흐도 그림으로 그릴 정도로 압생트는 인기를 누렸는데, 그에 비례해 악명도 높아졌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즐겨 마셨는데, 이들의 말로가 대체로 비참했기에 압생트가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 것. 특히 원료인 약쑥의 성분 ‘투존(thujone)’은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팽배했다.

1915년까지 압생트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지됐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체코에서 제조된 압생트가 영국으로 수출되며 다시 유행했다. 아직도 미국은 투존을 금지하고 있고, 유럽에선 미국보다 더 완화된 기준으로 규제를 풀었다. 국내엔 투존이 10㎎ 함유된 제품의 수입이 허가돼 있다.

이용재 음식 평론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