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있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논의가 미국의 중재로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돈바스 지역 전체 양보와 군 규모 절반 축소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많아 휴전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8개 항목으로 이뤄진 종전안을 작성해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 종전안은 우크라이나에 대폭 양보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자국군 통제 아래에 있는 영토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에 넘길 것을 압박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군 규모를 지금보다 절반 가까이 줄이고,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는 핵심 무기를 포기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의 군사 지원 축소, 우크라이나 영토에 외국군 진입 금지 등도 중재안에 들어갔다. 최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우크라이나가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해 안전보장군을 배치하자는 논의와 상반되는 내용이다. 이번 중재안에는 러시아어를 공식 언어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 당국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중재한 가자지구 휴전 합의와 같은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내용을 담은 기본 계획을 작성한 뒤 당사국에 이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방식이다. WSJ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 대통령 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키릴 드미트리예프와 협의해 이번 중재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 방안에 대해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위트코프와 드미트리예프 간 논의를 알려왔지만 우크라이나 의견은 구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협상 재개를 위해 군 고위 인사로 구성된 대표단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미국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해 현지 당국자들과 면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종전 협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는 전날 튀르키예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했다.
하지만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격전은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우크라이나 동부와 서부 곳곳에 폭격을 가했다. 어린이 3명 등 25명이 숨지고 73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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