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주도로 산업통상부, 공정위,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함께 반도체·AI 등 전략산업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초 이 대통령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현행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 뒤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기업이 직접 펀드를 운용하거나 운용 주체로 참여해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경제계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한 후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수백조원 단위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은 정부가 이런 투자를 주도하거나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금산분리와 지주회사 규제 등으로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자금을 조달받지 못한다며 항변하고 있다.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복잡다단한 지주회사법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기재부와 산업부 등 경제부처들도 어느 정도의 규제 완화는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는 반도체 업종뿐 아니라 지주회사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전반의 규제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민의힘에 제출한 입법 건의안에는 일반지주회사의 업무집행사원(GP) 허용, 일반지주회사와 금융사 간 공동 GP 허용, CVC 외부 출자 및 해외 투자 한도 상향 등이 포함됐다. 유상증자를 하기 쉽지 않은 지주사들이 각종 지주회사와 금산분리 규제로 외부 금융자본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게 경제계 측 입장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기업의 본업 투자 부진을 금산분리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밝힌 것은 이런 지주사 규제 완화에 선을 그은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업은 투자회사보다는 본업인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주 위원장의 소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주 위원장 인터뷰에 대해 “공정위 내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부처 간 논의를 통해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처 간 논의를 거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 과정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주 위원장 간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결국 대통령실 의중이 관철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은/김형규/김대훈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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