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폰트도 촌스럽고, 아이돌 이름만 잔뜩 박혀 있어서 절대 사고 싶지 않다."
"빠순이들 지갑 노리려는 게 너무 대놓고 보여서 피곤하다."
"칸쵸는 이름 보는 재미라도 있는데, 이건 그냥 싼 티 나는 카피 같다."
가수 아이유와 박명수도 따라 하며 과자에 새겨진 '내 이름'을 찾는 재미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던 '칸쵸' 열풍이 지나가자, 이번엔 이름을 랜덤으로 각인한 초콜릿이 등장하며 또 한 번 '이름 마케팅' 열풍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기대와 피로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내 이름 찾는 맛이 있을 것 같다"는 호기심부터 "아이돌 이름 위주라 팬덤 노린 상술", "브랜드 스토리 없이 따라 한 카피캣" 등 반응이 동시에 나오는 것.

GS25·세븐일레븐·CU 등 주요 편의점이 초콜릿 표면에 195개 이름을 랜덤 각인한 '달콤함 속에 너의 이름을 새겼어(달너새)'를 20일 일제히 선보였다.
구매자들은 초콜릿 조각 속 이름 구성을 꼬집었다 일부 조각에는 '관배', '상배', '병수' 등 교과서적 고전 이름이 등장하는 반면, 대다수는 아이돌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이용자는 "아이돌 이름을 잔뜩 깔아놓고, 그 사이에 옛날 이름 몇 개를 억지로 끼워 넣은 것 같다"며 "구색 갖추기 티가 너무 난다"고 꼬집었다.
◇제조사는 중국…열어보니 "아이돌 이름만 가득"

기자가 이날 직접 구매해 확인한 결과 '민기'(에이티즈), '민규'(세븐틴), '아현'(베이비몬스터), '유진'(아이브), '예나'(아이즈원), '해원'(NMIXX), '범규'(TXT) 등이 나왔으며, 모든 조각이 특정 아이돌 멤버와 겹치는 이름이었다.
'달너새'는 일부 SNS 등에서 GS25에서 기획한 PB상품으로 소개됐지만 실제로는 수입·유통 구조가 따로 있는 제품이다. 제조사는 중국 톈진차오리위안푸드(TIANJIN QIAOLIYUAN FOOD CO)로 원산지도 중국이다.
사실상 국내 편의점이 이름 마케팅 유행에 발맞춰 들여온 수입 랜덤 초콜릿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출시 직후 관련 SNS 콘텐츠 생산은 즉각 시작됐다. 21일 기준 인스타그램·유튜브에는 '달너새에서 내 이름 찾기' 인증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구독자 28만 명의 유튜버 '반달샘'이 올린 '초콜릿깡' 영상은 게시 하루 만에 27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고, 구독자 10만 명 규모 채널 '징스'가 올린 영상도 5만 회를 넘겼다.
박스를 여러 개 쌓아두고 랜덤으로 뜯어 이름을 찾고 완성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여론은 냉소적이지만, '이름 찾기'라는 게임적 포맷은 알고리즘과 조회수에서는 여전히 통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유가 '지은' 찾자 SNS 폭발…깐쵸깡 열풍

올해 중순 '이름 찾기' 열풍을 촉발한 칸쵸는 사실상 이번 랜덤 초콜릿의 원조 격 제품이다.
단순히 이름을 새긴 수준이 아니라, 2008년부터 2025년까지의 신생아 이름 통계를 기반으로 인기 이름 500개를 선별하고 공식 캐릭터 이름 4종과 하트 모양 90종까지 포함하는 '데이터 기반 이름 설계'를 선보였다
즉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획 의도와 설계 기준을 갖춘 첫 모델이었다. 실제로 아이유가 자신의 본명 '지은'이 적힌 칸쵸를 라이브 방송에서 찾아 화제가 됐다..SNS에서는 '좋아하는 아이돌·본인·가족·연인 이름 찾기' 인증 사진이 폭발적으로 올라오며 '칸쵸깡'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흥행도 압도적이었다. 초도 물량 100만 개 이상이 2주 만에 완판됐고, 롯데웰푸드는 생산라인을 주 2일에서 6일로 늘렸다. 편의점 매출 역시 GS25는 이벤트 전월 대비 289.6%, 세븐일레븐은 전년 대비 150%, 이마트24는 전월 대비 102%, CU는 11~18일 기준 210.2% 증가하는 등 업계 전반 매출을 끌어올렸다.
◇SNS 트렌드만 뜨면 '복붙 출시'…유통가의 카피캣 관행

칸쵸깡이 업계에 '이름 새기기' 마케팅의 효과를 입증하자, 이번 랜덤 초콜릿 역시 매출 상승을 겨냥해 기획된 제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많은 이들이 해당 제품을 '트렌드에 편승한 또 하나의 카피캣(copycat)'으로 규정하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유통 업계의 고질적인 '카피캣 전략'을 다시 소환했다. SNS에서 화제가 된 제품을 편의점 업계가 빠르게 모방해 내놓는 방식으로, 두바이 초콜릿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정 제품이 유행하면 유통가 전반이 일제히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을 쏟아내는 구조가 소비자 피로감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러한 '카피캣형 상품'이 매출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는 효자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GS25 관계자는 "두바이 쫀득쿠키가 유행하는 걸 편의점식으로 재해석해 다시 출시했는데 올해 1월과 비교하면 10월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요즘 젊은 고객층은 재미있고 유행이 되는 먹거리를 찾는다"며 "한참 두바이 초콜릿이나 요아정이 유행할 당시에는 사전에 예약하는 손님도 있을 정도였고 칸쵸의 경우 매대가 텅텅 비었었다"고 전했다.
두꺼운 초콜릿 안에 버터 볶은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넣은 이 디저트는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끌었고, CU의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은 초도 20만 개(약 8억 원)가 출시 첫날 완판됐다. GS25가 실제 카다이프를 사용한 두바이 초콜릿을 출시하자 누적 100만 개 판매, 매출 50억 원을 돌파했다.
◇전문가 "본질 대신 경쟁심 자극…상술일 뿐"
전문가들은 이름 마케팅이 유행하는 현시점에서 앞으로의 승부처는 단순히 '이름이 있느냐'가 아니라 '왜 그 이름이 들어갔는가'라는 설계의 맥락에 있다고 분석한다.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어떻게 보면 그 상품의 본질적인 매력이나 효용이 아니라 '무언가를 찾아내는 경쟁 심리'를 부추기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들이 구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본질적인 효용이나 만족을 떠나, 소비자가 과도하게 몰입하거나 경쟁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도록 자극함으로써 억지로 과도한 수요를 창출하는 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런 본질적인 가치를 뛰어넘는 불필요한 상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준다면, 그런 행동은 적절치 않다"며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 자체를 기업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이 억지로 소비를 부추기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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