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향한 같은 당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의 '막말 논란'을 계기로 당내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비례대표 연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박 대변인의 언행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비판의 핵심은 김 의원의 비례대표 연임에 있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 대변인은 지난 12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김 의원을 향해 "왜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으려고 하냐", "본인이 장애인이라는 주체성을 가지는 게 아니라 배려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것"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의원을 향해 망언하는 유튜버 옆에서 동조하는 듯한 모습이 더 논란을 키웠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이 2번 연속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점을 특히 비판했다. "그 어떤 말로도 김예지라고 하는 개인이 국민의힘에서 두 번이나 비례대표 특혜를 받아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당의 간판을 빌려 두 번이나 특혜를 받았으면서 당론을 젖은 휴지만도 못하게 취급하며 탄핵은 물론 민주당 주도 특검에 모두 찬성했다" 등이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정치인인 김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서 비례대표 11번을 받고 국회에 입성했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서 비례대표 15번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통상 양당에서 20번 이내는 당선권으로 평가받는다.
비례대표제는 한국의 거대 양당제 정치 제도에서 사회적 약자의 정치 등용문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당시 김 의원의 비례대표 재공천 소식에 '과연 현역 국회의원이 사회적 약자냐'는 의문이 따라붙으면서 비례대표제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때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비례대표 재선에 나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진보 진영 내에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이던 이철규 의원은 김 의원을 겨냥해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졌다"며 "당을 위해 헌신해 온 분들, 온갖 궂은일을 감당해 온 당직자들이 배려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은 더더욱 크다"고 공개 비판했다. 반면 유일준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의정활동도 잘했고, 특히 전 국회적으로 상당히 감동을 주고 훌륭한 의정 활동을 하셨다고 충분히 인정받으신 분"이라고 공천 이유를 설명했었다.
이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비례대표 연임 논란이 이번 박 대변인의 논란을 계기로 다시 떠 오르고 있다. 당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과 김 의원을 고리로 한 '정쟁화 시도'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혁혁한 공을 세운 것도 아니고, 기준도 알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었다"며 "당을 위해 애쓰는 원외 정치인들의 불만이 원래 많이 쌓여있었다"고 했다. 한 의원은 "박 대변인이 엄청난 말실수를 했고, 김 의원을 비판한 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비난처럼 들려서 문제이지, 비례대표 취지라는 걸 생각해보면 연임은 사실 좀 이상하긴 하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다른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전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비례대표만 5번을 했다. 비례대표 연임하지 말라는 게 규정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당시 공관위의 판단이 있는데도 지금 와서 지적하는 것은 정쟁화를 시도하려는 것 같다"며 "차라리 비례대표 연임은 없다고 당헌·당규에 넣자고 하라"고 했다. 한 관계자는 "비례대표가 꼭 정치 신인의 등용문 역할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 의원이 초선 시절 보여준 인상 깊은 의정활동에 재선 공천에 고개를 끄덕인 분들도 많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논란이 빚어진 뒤 일부 강성 보수 유튜버 사이에서는 22대 총선을 이끈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의원 비례대표 재선 공천을 주도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유튜버가 "한동훈이가 김예지를 사적으로 좋아하니까 꽂아준 거 아니냐"는 발언을 한 사실도 알려졌다. 그러나 친한동훈계 핵심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이미 공천이 세팅돼 있던 상황이었다"며 "김 의원을 친한동훈계로 규정해 비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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