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인 창업을 한 A씨(32)는 두 달 전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정리한 뒤 쉬고 있다. 매출은 꾸준했지만, 택배 포장과 고객 응대가 반복되는 생활에 지쳐 당분간은 아르바이트할 생각도 없다. A씨는 “20대 후반에 경력이 끊긴 탓에 기업에 다시 신입으로 들어가 연봉 3000만원을 받으며 직장 생활하기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종 취업을 준비하던 B씨(27)는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하자 6개월 전부터는 아예 구직 자체를 멈췄다.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아르바이트도 구하지 않고 있다.
청년층 사이에서 구직을 중단하거나 노동시장 복귀를 미루는 흐름이 확산하면서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아르바이트 시장에서조차 구직자가 줄어들고 있다. 21일 한국경제신문의 의뢰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집계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2030세대의 아르바이트 지원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5~10월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업종별로는 청년들이 기피하는 생산·건설·노무 직군의 지원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어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였고, 외식음료 직군도 10.9%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의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10월 40만9000명으로 6개월 연속 40만 명대를 웃돌았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33만4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번 노동시장에서 벗어나면 복귀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는 흐름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구인 수요는 하반기 들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구인 공고 건수는 전년보다 9.2% 줄어들었다. 하지만 1~6월 감소세가 컸던 영향으로 7월부터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식음료(-20.3%)와 서비스(-10.5%) 직군에서는 공고가 줄었지만 생산·건설·노무(30.4%)와 유통판매(22.2%) 직군은 공고 건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구인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알바천국 구인배수(아르바이트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는 1월 0.15배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10월에 0.41배까지 반등했다. 일하려는 청년은 줄어드는데 아르바이트 구인 건수는 늘다 보니 일하는 청년들은 업무 시간을 더 늘리거나 소득원을 다변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알바천국이 9월 2030세대 21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내 본업 외 부업이나 아르바이트(n잡)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82%에 달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올해 2분기 ‘부업을 한 경험이 있는 취업자’가 월평균 67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5만1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부업 경험자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4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하는 사람은 더 바빠지고, 쉬는 사람은 취업전선에서 더 멀어지는 양극화가 노동시장 전반에서 구조화되는 모습이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생계가 급하다고 해서 무조건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노동시장 안에서는 일이 과밀해지고, 바깥에서는 근로와 구직 자체를 멀리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청년 고용의 이중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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