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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콩쿠르 우승자' 에릭 루, 꿈을 이룬 자의 서정시

입력 2025-11-23 16:50   수정 2025-11-24 00:22


오랫동안 상상해 온 꿈을 이룬 뒤 무대에 서는 연주자의 심정은 어떨까. 올 10월 결선을 치른 제19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우승자 에릭 루(27)가 지난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첫 내한 무대에 섰다. 187㎝의 큰 키와 마른 체형, 그리고 관객을 향한 90도 폴더 인사까지. 차분하면서도 겸손한 첫인상으로 한국 관객을 만났다.

중국계 미국인 에릭 루는 재수 끝에 쇼팽 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 5년마다 열리는 대회인 만큼 긴 시간을 바쳐 이뤄낸 성과다. 그의 연주를 직접 듣고자 하는 관객이 많았던 만큼 우승 직후 발표된 협연 소식에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객석에는 박재홍, 신창용 등 동료 피아니스트와 이번 쇼팽 콩쿠르 5위에 오른 말레이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빈센트 옹도 자리했다.

루는 콩쿠르 결선에서 자신을 우승으로 이끈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대부분의 결선 참가자들이 화려한 선율의 1번을 선택하는 관행과 달리 루는 드물게 2번을 선택했다. 이 곡으로 우승한 역대 두 번째 우승자로, 그의 스승인 당타이손도 같은 곡으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날 무대는 그래미상 6관왕에 빛나는 81세 지휘자 레너드 슬래트킨이 이끌었다.

1악장에서 오케스트라가 역동적인 선율을 펼친 뒤 피아노에 서서히 이야기를 건넸다. 루는 서정적인 선율을 섬세하게 끌어냈다. 초반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몇 차례 미스터치도 있었지만, 곧 작품 흐름에 완전히 몰입하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2악장은 루의 내공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리스트는 이 악장을 두고 “거의 이상적인 완벽함이며, 그 표현은 빛으로 빛난다”고 평했다. 현악기의 트레몰로는 피아노의 선율을 더욱 빛나게 했고, 루는 온화하면서도 선명한 타건으로 쇼팽의 서정성을 아름답게 구현했다. 때때로 마치 꿈을 꾸듯 허공을 바라보며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모습도 재현됐다. 콩쿠르 무대에서 ‘무결점 테크닉’보다 음악 자체에 깊이 몰입하는 예술가의 태도로 승부를 건 모습 그대로였다. 3악장에서는 유려한 테크닉과 폴란드 전통 춤곡 마주르카 리듬을 살린 연주가 돋보였다. 전반적으로 루의 음색은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했다.

앙코르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였다. 쇼팽 협주곡 뒤에 숨겨진 루의 내밀한 음악 세계를 조용히 드러내는 선곡이었다. 완벽한 무대는 아니었음에도 이날 관객들은 유난히 따스했다. 이제 막 꿈의 첫발을 내디딘 음악가에게 보내는 응원의 공기가 공연장을 채웠다. 루는 22~26일 울산, 경남 통영, 서울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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