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달 들어 바람의 방향이 달라졌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선을 긋는 목소리가 늘었다. 사법부도 관세정책을 되돌리라는 판결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지율은 38~39% 수준으로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조한 기색을 비치고 있다.
봇물이 터진 것은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 이슈가 불거지면서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못해 공개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말했을 정도로 당내 여론은 들끓었다. 이후 의원들은 물론 주요 미디어에서도 공공연히 트럼프 대통령의 장악력이 확연히 떨어졌다면서 레임덕을 거론하는 중이다. J D 밴스 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당내 갈등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호소해야 할 정도다.
디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례 없는 행정권력을 이용해 의회를 복종시키고 법원을 무시하는 등 ‘불도저’처럼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10개월차에 접어든 지금, 트럼프 2.0은 처음으로 혼란스러웠던 초창기 모습을 닮아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중간선거다. 내년 상원 35석, 하원 435석(전석)을 다시 뽑는 이 선거에서 공화당이 밀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본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커지는 중이다. CNN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의 대외 정책 집중, 가계 부담에 대한 이해 부족, 그의 가족이 부를 축적하는 듯한 모습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면서 “레임덕이라는 말을 앞으로 더 자주 듣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 요구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반목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이 사임을 발표한 것도 공화당의 위기의식을 한층 부추기고 있다. 그가 사임하면 공화당은 하원에서 218석을 갖게 되어 민주당(213석)과의 격차가 5석으로 줄어든다. 공화당 의원 중 단 세 명만 반란표를 행사해도 민주당이 표결에서 이길 수 있다. 이미 토머스 매시 의원(공화·켄터키) 등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든 점을 고려하면, 공화당의 다수당 지위는 누란지위인 셈이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품목관세 근거법)를 활용하거나, 무역법 301조나 122조(150일간 최고 15% 관세 부과 가능), 관세법 338조를 이용해 미국산이 차별당한 나라에 대해 최고 5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모두 단서조항과 사용범위 제한 등이 있는 만큼, IEEPA와 완전히 동일한 효과를 내긴 어렵다. 또 IEEPA 패소시 기존 관세를 환급해 줘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물가도 발목을 잡고 있다. NPR·PBS·마리스트가 지난 10~13일 미국 성인 14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0%P) 결과 57%는 물가를 낮추는 게 트럼프 정부의 선결과제라고 지목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임시 업무정지) 과정에서 오바마케어(전국민 의료보험 의무화) 세액공제를 폐지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방침에 대한 국민들의 주목도가 높아진 것도 부담이다.
지난 21일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을 백악관에 불러 훈훈한 모습을 연출한 것은 단지 대중의 지지를 좀 더 얻기 위한 ‘갈 지(之)자’ 행보에 불과하다. 2000달러 배당금 지급도 관세 수입으로 미국 재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과 모순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늘어나면서 짜증을 부리는 일도 잦아졌다. 앞서 엡스타인 파일 관련 질문을 한 여기자에게 “돼지”라고 비난한 것은 평소에 막말을 많이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이례적인 수준이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유 권한인 기준금리를 낮추지 못하면 해고하겠다고 위협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하지만 공화당이 트럼프라는 대안을 벗어날 수 없는 만큼, 근본적으로 대오가 완전히 흔들릴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많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면서 “선거 승리를 위해 그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의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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