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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환율로 해외 투자비 폭증…틀어지는 대기업 사업계획

입력 2025-11-23 17:49   수정 2025-11-24 02:05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3월 미국 애리조나 퀸크리크에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32억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달러당 1305원)을 감안한 원화 환산 투자액은 4조1760억원. 하지만 이듬해부터 환율이 오름세를 타면서 원화 환산 투자액은 당초 계획보다 10% 이상 늘었다. 내년 상반기 퀸크리크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에 LG의 최종 투자액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환헤지한 덕분에 당장 손실을 본 것은 아니지만, 뛰는 환율 탓에 원화로 짠 LG의 사업 계획이 틀어진 셈이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뉴노멀’이 된 고환율로 국내 대기업의 해외 투자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수출 대기업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구조 덕분에 ‘환율 상승=수익성 증가’로 이어졌지만, 대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현지에 재투자하거나 부족할 경우 ‘달러 빚’을 내야 하는 만큼 환율 상승이 오히려 재무 부담을 안겨주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내 대기업은 대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1500억달러(약 220조원)를 직접 투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해외에서 들여오는 부품·장비가 늘어난 것도 ‘고환율 수혜’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달러 수입이 많은 데다 환헤지도 하는 만큼 환율이 올라도 당장 큰 타격을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환율이 계속 오르면 헤지 비용이 많이 늘어날 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판매 시스템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100%)이 이번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동결 전망 이유로 고환율을 첫손에 꼽았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격한 원화 약세가 가져올 환율과 물가 불안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했다.

김진원/박의명/강진규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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