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억원, 낙찰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국내 경매 역사상 최고가 작품의 낙찰 장면을 보셨습니다.”
24일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이브닝 세일’ 경매. 정태희 서울옥션 경매사가 낙찰을 알리는 망치를 내려치자 장내에 박수가 울려 퍼졌다. 이날 거래된 현대미술 거장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 낙찰가는 94억원. 국내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이다.
정 경매사는 “세계적 거장의 대표작급 작품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신기록이 나왔다”며 “이번 낙찰로 한국 미술 시장이 초고가 작품을 소화할 만한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서는 샤갈의 100호 작품 ‘파리의 풍경’(1970)도 59억원에 판매됐다. 이 밖에 수억원대 작품의 낙찰이 이어졌다. 김환기가 1969년 특유의 전면 점화 화풍을 완성하기 직전 그린 ‘15-Ⅵ-69 #71 I’는 7억원에 손바뀜했다. 이우환이 1990년 그린 100호 대작 ‘바람과 함께’(9억1000만원),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7억1500만원),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풍경화 ‘레스 트리스 니어 워터’(4억8000만원)도 경합 끝에 낙찰됐다.
이날 저녁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의 총액은 약 233억원에 달했다. 출품작 대부분(낙찰률 77.27%)이 새 주인을 찾은 덕분이다. 국내 경매 낙찰총액이 200억원을 넘어선 건 미술시장이 호황이던 2021년 8월 이후 4년여 만이다.
20일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꿈’이 5470만달러(약 807억원)에 새 주인을 찾으며 여성 작가 역대 최고가 낙찰 기록을 썼다. 18일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김환기의 ‘19-Ⅵ-71 #206’이 840만달러(약 123억원)에 거래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두 번째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미술계에서는 수년간 이어진 미술시장 불황이 곧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초고가 작품 판매를 시장 전반의 회복세로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아직 우세하다. 미술계 관계자는 “초고가 작품은 자산 가치가 검증돼 있기 때문에 경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잘 팔린다”며 “중저가 작가의 판매 실적은 여전히 좋지 않고, 문을 닫는 갤러리도 여전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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