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류계 TSMC'로 불리는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영원무역이 11거래일 연속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인공지능(AI) 거품 우려로 폭락장이 연출된 '검은 금요일'에도 시장을 이기는 저력을 과시하며 이달에만 50% 넘게 뛰었다. 증권가에서는 대미 수출 관세와 업황 부진 우려를 불식하는 탄탄한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한다. 고객사의 주문 증가와 고환율에 힘입은 이익 개선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이날 0.57% 오른 8만8600원에 거래를 마쳐 11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장중 9만5000원을 터치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달에만 53.29%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6.36% 하락한 것과 비교해 압도적 성과를 자랑했다. 기관투자가가 131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주가를 밀어 올렸다. 기관은 이달 16거래일 중 4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에 나섰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룰루레몬·파타고니아·아크테릭스 등 글로벌 브랜드 의류를 생산하는 OEM 업체다. 국내 증시가 조정받는 와중에도 영원무역에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붙은 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확인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원무역의 지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8%와 73.4% 급증한 1조2047억원, 181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각각 3.08%와 40.31% 웃돌았다.
특히 영원무역이 이번 실적을 통해 미국의 관세와 업황 둔화 우려를 불식하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했다. 상대적으로 소비 경기 영향을 덜 받는 고객사에 의한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이들의 주문이 늘면서 대미 수출 관세 영향도 상쇄됐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 소비 경기와 별개로 꾸준히 성장하는 고객사의 주문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특히 아크테릭스 매출 비중이 10% 이상으로 올라선 점은 OEM 매출 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자회사 스캇(SCOTT)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앞서 영원무역은 지난 2015년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회사 스캇의 지분 과반(지분율 50.01%)을 취득해 관련 유통업을 하고 있다. 스캇의 3분기 영업손실은 200억원으로 직전 분기(영업손실 260억원) 대비 적자폭을 줄였다. 지난해 4분기(영업손실 1000억원) 이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스캇의 올 1~3분기 평균 매출 증가율은 18%대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도 영원무역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뉴노멀(새 표준)이 된 고환율(이날 주간 거래 종가 1477원10전)이 이익 증가를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이와 관련해 실적 추정치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쇼핑 시즌을 지나며 전반적으로 구매자들이 소비 개선 방향성에 확신을 얻고 리스톡킹(재고 확충)을 본격화하는 구간에 접어들 경우 영원무역의 OEM 성장세는 더욱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혜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영향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향후 OEM 주문 확대와 자회사 스캇 적자폭 축소가 전사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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