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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원·하청 노조 따로 교섭할 판…노란봉투법 우려가 현실로

입력 2025-11-24 17:50   수정 2025-11-25 01:15

고용노동부가 하청노조가 원하면 원청노조와 별도로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24일 입법 예고했다. 내년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원청과 원·하청노조 간 교섭절차 정비에 나선 것이다. 노동 현장의 혼선을 막기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경영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하청노조 요청 따라 교섭단위 분리·결합
이날 고용부는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노조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2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장에 복수 노조가 있으면 교섭 창구를 한 곳으로 통일(교섭창구 단일화)해야 한다. 사업주가 사업장 내 여러 노조와 교섭을 반복·중복하면서 빚어지는 혼선과 교섭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다. 복수 노조 간 근로조건이 현저히 다를 때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해 왔다.

지난 8월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권을 인정한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단일화 제도를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같은 기업의 복수 노조가 아닌 다른 기업(하청) 노조와 교섭창구를 어떻게 단일화할지가 공백 상태인 채로 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는 “이번 기회에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창구 단일화를 폐지하면 원청이 수백 개 하청노조와 일일이 교섭해야 해 정상적인 회사 경영이 어려워진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시행령 개정안은 ‘교섭창구 단일화’의 틀은 유지하되 하청노조가 원청노조와 단일화를 원하지 않으면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해 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동위원회 판단에 따라 교섭창구 분리가 폭넓게 가능해진다.

정부는 하청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 모델을 개별 하청별 분리, 직무·업종 유사 하청 간 분리, 전체 하청의 통합 등 다양한 형태로 제시했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분리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하청노조에 선택권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전에는 매우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던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폭넓게 인정하기 위해 시행령도 개정했다. 조직범위, 이해관계 공통성, 갈등 가능성, 당사자 의사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시켜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를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사실상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원청이 수십~수백 개 하청노조와 일일이 교섭해야 하는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과도하게 확대하면서 15년간 유지된 원청 단위 교섭창구 단일화가 사실상 무력화돼 산업현장에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하청노조가 분리 교섭을 신청하더라도 노동위가 묶어서 원청사업주와 교섭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 단일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일일이 법적 판단…수년간 혼선 불가피”
경영계는 개정 노조법의 정착까지 장기간 혼선이 불가피하다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노사 현장의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는데 그때마다 교섭단위 분리·병합과 사용자성 판단 절차가 반복되면 현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은 “시행령만으로 새 교섭 제도의 작동 방식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고용부가 제도를 더 구체화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시행령안이 “개정 노조법 취지를 훼손했다”며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산별노조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악질 제도를 유지해 하청노조의 교섭권 보장에 장애물을 만들었다”며 “폐기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노사·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세부 매뉴얼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매뉴얼에는 개정 노동조합법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 지침과 구체적인 예도 담긴다.

곽용희/하지은/김보형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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