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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와 프로코피예프를 오가는 신창용 "완벽보단 진심이 중요해"

입력 2025-11-25 14:40   수정 2025-11-26 19:16



유독 진지한 태도, 사색적인 눈빛, 섬세함과 예민함을 오가는 감정선. 피아니스트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때론 허상이고, 때론 실상이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신창용(31)은 그동안 봐온 전형적인 피아니스트의 이미지와 달랐다. 그가 클래식계 새로운 세대로 회자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평상시엔 발랄하고 사교적인 그는 무대 위에서는 180도 달라진다. 올 연말 선보일 무대도 라흐마니노프에서 프로코피예프까지 아우른다. 다채로운 매력의 성격만큼이나 그의 무대 위 음악 세계는 폭넓다.

신창용은 오는 12월 17일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 중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라피협 2번)과 함께다. 1901년 초연된 이곡은 우울증에 시달리던 라흐마니노프를 구원한 작품. 3악장 구성의 서정적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으로 피아니스트의 기교와 감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관객분들이 워낙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시잖아요. 이 곡을 들으면 싫어할 수가 없어요. 듣는 순간 마음이 흔들리는 곡이니까요."

그는 이 곡을 "무대에서 살아나는 곡"이라고 표현했다. 라피협 2번은 그에게도 각별하다. 2017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안겨준 곡이지만, 지난 7년간 연주를 멀리했었다. "예전에 연주했던 라피협 2번과 요즘 표현하는 건 달라요. 예전보다 자유롭게 표현한다고 할까요. 과거엔 틀리면 안 되고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제는 음악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표현의 자유가 생긴 거죠."



2018년 지나 바카우어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한 그는 커티스 음악원, 줄리어드스쿨 음악대학원, 뉴잉글랜드음악원까지 3개 명문 음악원을 거쳤다. 10대와 20대에 테크닉을 단련하며 콩쿠르 우승을 목표로 했던 시절과 달리, 그는 이제 예술가로서의 길을 걷는다. 기교 위에 자신의 음악을 얹고, 음악이 자신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신창용은 요즘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며 "완벽함보다는 진심이 남는 연주를 하고 싶다. 정답이 없는 음악이기에 더 흥미롭다"고 강조했다.

"연습하다 보면 예전엔 안 들리던 것들이 들릴 때가 있어요. 수없이 연주한 곡인데, 이 화성에 이런 게 있었구나 하는 순간이요. 리허설 때 다이내믹이나 템포를 조정하며 새로운 표현을 찾아가면, 무대 위에서 음악이 탁 살아나는 순간이 옵니다."

이번 협연은 지휘자 홍석원과 함께 한다. 올해만 세 번째 함께하는 무대로, 검증된 호흡이다. 홍 지휘자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우리가 맞출게요. 신창용다운 연주를 하세요"라며 연주자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고. 젊고 패기 넘치는 한경필 단원들과의 호흡도 또다른 즐거움이라고 했다.



협연에 앞서 그는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이번 무대는 프로코피예프의 '전쟁 소나타' 3곡(6~8번)으로 구성된 도전적인 공연. 1시간 반 동안 오로지 프로코피예프 곡만 연주하는 체력적·정신적 시험대다. 그는 "전쟁 소나타는 2차 세계대전 중 쓰였기 때문에 그 시대의 공기와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며 "폭력, 유머, 풍자, 희망 등 모든 감정이 담겨 있어 표현이 어렵지만, 그만큼 깊다"고 설명했다.

극강의 난도로 피아니스트들도 혀를 내두르는 프로코피예프의 곡은 공연 전 스트레스가 최고로 치솟지만, 해냈을 때 만족감도 크다. 신창용은 2년 전에도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1~3번으로 '마라톤 연주'를 해냈다. 그는 "원래 안정을 추구한다고 생각했는데, 도전을 즐기는 것 같다. 피아노 레퍼토리가 너무 많아 평생 다 못 칠 테니,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웃었다.

관객들에게도 이번 공연은 도전에 가까운 무대다. 라흐마니노프나 모차르트, 쇼팽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체로 클래식 공연에서 얻고자 하는 감동과는 다른 결의 무대다. 그럼에도 프로코피예프가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 신창용은 이렇게 답했다. "프로코피예프는 불안하게 만들어요. 손에 땀이 나고, 세상이 갑자기 복잡해지는 느낌이 들죠. 단순한 안정 대신, 그 불안 속에서 생명의 에너지를 느끼고, 폭력과 절망을 지나 결국 '살아내는 인간'을 보는 느낌을 경험했으면 해요. 그게 프로코피예프의 힘이니까요."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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