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른 국채 금리 역전은 아시아의 두 경제 대국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 안팎으로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0%대까지 떨어졌다. 일본이 오랫동안 고통받은 디플레이션에 중국이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중·일 국채 금리 역전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근본적인 경제 추세를 볼 때 일본 금리는 상승을, 중국 금리는 하락을 가리킨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 ‘제로 코로나19 정책’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중국 시중은행의 신규 대출액은 상환액을 밑돌았다. 신규 대출액과 상환액이 역전된 건 20년 만이다. 기업과 가계가 빚을 갚는 것을 우선하며 투자와 소비를 억제하는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본도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같은 불황에 시달렸다.
중국 인민은행은 5월 추가 금융 완화에 나서 7일 만기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연 1.5%에서 연 1.4%로 인하했다. 완화적 금융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장기 금리도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이 2026년 말까지 0.3%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폐막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2026년부터 시행하는 경제 정책 지침인 제15차 5개년 계획 초안을 마련했다. 개인 소비 확대를 통한 내수 주도 경제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쓰키오카 나오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는 내수 부진을 해결할 묘안이 없다”고 평가했다.
10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1% 급락하며 37개월 연속 떨어졌다. 소비 위축에 따라 기업 간 가격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소비자는 할인을 기다려 물건을 사려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업과 소비자 행동이 바뀌지 않는 한 물가 하락 악순환에 진입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중·일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면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일본이 ‘아시아 최저 금리’를 벗어나면서 투자처로서 일본의 매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채권을 선호하던 아시아 큰손이 일본 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 기관투자가의 일본 채권 보유 규모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매도 압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것 같다”는 관측도 나온다. 저금리 엔화를 조달해 고금리 통화로 운용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도쿄=김일규/베이징=김은정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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