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으로 지연됐던 통계가 공개되면서 미국 소비가 3분기 말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큰 폭으로 떨어지며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둔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 상무부는 9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장 예상치(0.3%)에 못 미친 가운데, 관세 부담이 집중된 자동차·전자제품·의류 등 주요 품목 구매가 위축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외식, 개인용품, 가구 등 일부 서비스·내구재 부문 지출은 증가했다.
이번 통계는 10월 1일 시작된 정부 셧다운 직전의 소비 흐름을 담고 있다. 통계기관들은 11월 중순 셧다운 종료 이후 자료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며, 최근 발표된 주요 유통업체 실적에서도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도 ‘가성비’를 찾아 이동하는 패턴이 감지된다.
같은 날 민간 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는 11월 소비자신뢰지수(CCI) 가 88.7을 기록해 10월(95.5)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93.2도 밑도는 수준이다. 조사에서 경기 상황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0.1%(10월 20.7%)로 낮아졌고 일자리가 “풍부하다”고 본 비율도 27.6%(10월 28.6%)로 떨어졌다.
또 다른 셧다운 지연 보고서에서는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 가 전달 대비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0.1%)에서 반등한 것으로, 도매가격 상승세가 다시 강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지표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고착되는 동시에 소비자 지출이 3분기 말부터 둔화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EY-파르테논의 리디아 부수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경제 전망이 약화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재차 상승하고 고용시장도 둔화하는 가운데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 둔화는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미국 고용 정보업체 ADP는 11월 8일까지 최근 4주 동안 민간부문이 주당 평균 1만3500명의 일자리를 줄였다고 밝혔다. ADP는 “연휴 채용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이 고용을 미루거나 축소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 부진과 인플레이션 지속은 앞으로 2주 뒤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정책 결정의 어려움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Fed 내부에서는 고용 방어를 위한 금리 인하와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동결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는 경기의 핵심 동력이지만, 최근에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비 여력이 더욱 양극화되고 있다. 주식시장 상승세를 등에 업은 고소득층은 외식·레저 지출을 이어가고 있으며, 9월 외식 지출은 0.7% 증가했다. 반면 중·저소득층은 인플레이션과 관세 부담 속에서 오프프라이스·저가 유통 채널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월마트는 20일(현지시간) 10월 말 마감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1795억 달러, 순이익은 29% 증가한 61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동일 매장 매출은 4.5% 증가했다.
당시 실적 발표에서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득 구간별로 보면 저소득층에서는 지출 둔화가 나타났지만, 고소득층 고객 유입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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