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에서 두 어린 남매를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창고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 엄마가 현지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전날 한국인 이모씨에게 최소 17년간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편이 사망한 뒤 자녀 양육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 범행의 배경이라며 이씨가 신체·정신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판사는 결혼 기간 남편에게 크게 의존했던 이씨가 남편의 병세 악화에 대처하지 못했고, 과거의 행복했던 삶을 상기시키는 아이들을 곁에 두는 것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선고 순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18년 사건 당시 남매에게 항우울제를 먹인 사실은 인정했지만, 남편 사망 충격으로 우울증을 앓아 정신 이상 상태였기 때문에 살인 혐의는 무죄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2018년 6~7월 사이 항우울제를 넣은 주스를 먹여 9살 딸과 6살 아들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범행 뒤 남매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오클랜드 창고에 유기한 이씨는 한국으로 도주했다. 이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창고 임대료를 내지 못했고, 보관 물품이 2022년 온라인 경매에 넘어가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같은 해 8월 경매 낙찰자가 가방에서 남매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고, 이씨는 울산에서 검거돼 뉴질랜드로 송환됐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씨는 과거 뉴질랜드로 이주해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범행 후 한국에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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