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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뒤편에서 마주한 인간의 고독…사랑의 중력으로 견뎌내다

입력 2025-11-26 18:15   수정 2025-11-26 23:54


“내 발자국이 달 위에 남겨지지 않아도 괜찮아. 달의 가장 어두운 뒷모습을 내가 기억할 테니.”

세상은 그를 까맣게 잊었다.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그 뒤를 따른 버즈 올드린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다. 그 사이 이들을 지구로 무사히 데려오기 위해 헌신한 남자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서울 퇴계로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1969년 7월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까지 갔지만 사령선에 혼자 남아 달을 밟지 못한 우주비행사 마이클 콜린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1인극이다. 마이클은 비록 달 표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달의 뒷면을 처음 본 인류’라는 또 다른 역사를 썼다. 달은 스스로 도는 자전 주기와 지구를 공전하는 주기가 같아 지구에서는 언제나 달의 앞면만 볼 수 있다. 닐과 버즈를 기다리며 달의 궤도를 돈 마이클은 미지의 달 뒷면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죽음을 앞둔 마이클이 지난날을 회고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내를 처음 만났던 풋풋한 시절부터 동료 우주비행사를 사고로 잃은 아픔까지 그의 지난 기억이 배우 한 명의 열연으로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다. 닐, 버즈 등 다른 인물과 대화하는 장면에선 목소리를 순식간에 바꿔가며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뮤지컬 ‘라흐 헤스트’ ‘빠리빵집’ 등을 쓴 김한솔 작가는 이번 작품을 5인극으로 구성했다가 역사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마이클의 깊은 내면에 집중하기 위해 ‘1인 뮤지컬’이라는 파격적 형식을 선택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새로운 볼거리가 많다. 반원 모양의 무대 한가운데 달 표면을 형상화한 울퉁불퉁한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고 천장에는 별빛 조명이 가득하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원심력 적응 훈련, 우주선 안에서 음식 섭취하기 등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과정도 실감 나게 풀어냈다. ‘나에게 지구인 너, 중력으로 나를 잡아줬어. 너로 인해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어’와 같이 이과생의 고백 같은 로맨틱한 가사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17년 만에 소극장 무대로 돌아온 유준상,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드라마·영화 등으로 무대를 넓힌 정문성, 올 상반기 ‘지킬앤하이드’로 1인극을 경험한 고훈정, 2023년 리딩 공연부터 ‘비하인드 더 문’에 참여한 고상호가 마이클 역을 맡았다. 공연은 내년 2월 8일까지.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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