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업체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 연동해 꾸준히 일감이 있는 반도체 소재 기업과 달리 장비 업체는 반도체 공장 증설과 공정 전환 등이 이뤄져야 수익을 낼 수 있다. 한 중견 장비사 임원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만 장비 하나당 수천 개에 이르는 부품 공급은 어디서 할지, 인력은 얼마에 어떻게 구할지 미지수”라며 “지금처럼 15% 대미 관세를 부담하면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한 글로벌 장비사와의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관세협상의 최대 수혜 산업으로 꼽히는 조선업도 속내는 복잡하다. 대형 조선사의 한 하청업체 대표는 “조선 기자재업계에선 배 일감이 연간 12척은 있어야 미국 진출의 수지타산이 맞다고 본다”며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가 국내 제조 생태계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미국에 진출한 대기업은 대부분 현지 조달 체제로 갈 텐데 2·3차 협력사까지 따라가긴 힘든 환경”이라며 “대기업과 2·3차 협력사가 단절되면 국내 제조업 생태계가 흔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환/원종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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