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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석 칼럼] 중동 특수, 이번엔 다르다

입력 2025-11-27 17:31   수정 2025-11-28 00:09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국 무역수지는 항상 ‘마이너스’다. 한국이 필요로 하는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다 보니 적자 탈출이 쉽지 않은 구조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치솟은 2022년에는 한 달 적자 규모가 100억달러(약 14조6000억원)를 넘었다.

그럼에도 한국엔 중동을 보물섬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적잖다.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0년대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 진출해 외화를 벌어들인 경험이 강렬해서일 것이다. 2~3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 대통령의 중동 순방도 이런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했다. 대통령이 중동에 다녀오면 신규 수주 등 경제협력 성과를 취합해 발표하는데, 그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한다.

열흘 일정으로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도 그제 두둑한 선물 보따리를 들고 귀국했다. UAE와 ‘100년 동행을 위한 새로운 도약’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며 방위산업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대목이 눈에 띈다. 대통령실은 150억달러(약 22조원) 이상의 방산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튀르키예와는 원전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시노프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2013년 일본 미쓰비시가 시공비 부족을 이유로 포기했다가 최근 재추진이 결정된 프로젝트로 총사업 규모가 400억달러(약 58조6000억원)에 이른다.

과거 정권에서는 대통령의 중동 순방 후 발표한 성과가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양해각서(MOU)나 가계약 상태인 프로젝트가 정치적 이유로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일이 워낙 많았다. 현지 파트너사들의 미온적 태도가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한 경우도 있었다. 중동 기업 중 상당수는 왕족이 소유하고 있다. 돈이 부족하면 석유를 더 캐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다. 한국처럼 악착같이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드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요즘은 중동 국가의 콧대가 많이 낮아졌다. 석유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는 데다, 국제 정세도 심상찮아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장기화한 예멘 내전이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수니파로 분류되는 예멘 정부군을 돕고 있다. 시아파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과 대리전을 치르는 형국이다. 2022년엔 아부다비의 정유시설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는 일도 있었다.

문제는 UAE에 방어 시스템을 공급해 온 미국이 예멘 내전을 탐탁잖게 여긴다는 데 있다. 이란이 예멘을 점령하는 것도, UAE와 사우디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싫다는 게 미국의 속내다. 현재 미국은 방어용 무기에 한해서만 UAE의 무기 외부 반출을 승인하고 있다. UAE가 ‘100년 동행’이란 표현까지 쓰면서 한국을 예우하는 것은 미국을 대체할 무기 구매 루트가 많지 않아서다. 가격과 품질 등을 두루 고려할 때 한국 방산 기업 같은 대안이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원전 시장 전망도 밝다. 중동 곳곳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신도시 건설 사업이 줄을 잇는 영향이다. 하나같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프로젝트로, 원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UAE에 바라카 원전을 수출하면서 기술력을 증명한 한국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중동의 큰 손님이었다. 중동의 돈줄인 오일머니 중 상당액이 우리 주머니에서 나왔다. 그런 중동을 우리의 고객으로 만들 절호의 기회가 왔다. 마침 미국의 관세 부과로 수출 시장 다변화가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한국의 방산·원전 기업들이 중동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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