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유 정제마진(디젤 크랙)은 최근 배럴당 31.25달러로 치솟았다. 지난 3월 25일 기록한 연중 저점(13.05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디젤 크랙은 경유 1배럴을 정제했을 때 얼마나 버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하반기 들어 디젤 크랙이 뛴 건 중국과 러시아 때문이다. 중국의 올해 경유 수출 물량은 월평균 430만8000배럴 수준으로 추정된다. 2023년(월평균 850만 배럴)과 비교하면 2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정유 제품 수출에 대한 부가가치세(증치세) 환급률을 13%에서 9%로 낮추고, 연료유 수입 관세를 1%에서 3%로 올리는 등 “수출로 밀어내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다. 중국 내 인프라 투자로 경유 소비가 꾸준해 수출로 돌릴 여유 물량이 많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러시아산 경유 공급 급감도 정제마진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8~9월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전체 정유소 38곳 중 16곳이 파괴돼 러시아의 원유 정제 처리량이 하루 50만 배럴 정도 줄었다. 전 세계 정유공장의 정기 점검 및 보수 일정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정제 처리량은 10월 하루 평균 8160만 배럴로 7월보다 400만 배럴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유사들이 수출하는 석유 제품 가운데 경유는 40% 안팎으로 가장 많다. 디젤 크랙이 떨어지면 실적이 곧바로 흔들리지만, 반대로 지금처럼 경유 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이익이 빠르게 불어나는 구조란 얘기다.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석유사업(정유 부문) 합산 영업손실은 1조351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3분기에는 SK이노베이션 3042억원, GS칼텍스 2464억원, 에쓰오일 1155억원, HD현대오일뱅크 2297억원으로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 손실 규모에 맞먹는 이익을 불과 석 달 만에 벌어들인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디젤 크랙이 4분기엔 더 높은 구간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디젤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는 한 국내 정유사 실적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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