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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10%' 목표 베트남, 시스템 전환이 답이다 [더 머니이스트-데이비드김의 블라인드 스팟]

입력 2025-12-02 06:30   수정 2025-12-02 17:45

베트남 정부가 11월 13일 국회 결의를 통해서 2026년 국내총생산(GDP) 10% 성장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5~6% 성장하던 경제가 갑자기 두 자릿수로 뛰어오를 수 있을까. 중국과 한국의 고도성장기를 되짚어보면, 답은 명확하다. 투입이 아닌 효율, 구호가 아닌 시스템 재설계가 관건이다.
베트남의 목표: 2026년 GDP 10%·1인당 소득 5500달러
베트남 정부는 2025년 11월 발표한 2026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 초안에서 GDP 성장률 10%, 1인당 소득 5400~5500달러, 인플레이션 4.5% 통제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2025년 예상 성장률 8%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정부는 고속철도(라오까이-하노이-하이퐁) 등 핵심 인프라 투자와 인공지능(AI)·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통해 이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 베트남의 1인당 소득이 5000달러를 넘어서며 중진국 대열에 진입한 것은 분명 성과다. 하지만 국회 지도부는 "기존 모델에 의존한 성장은 지속 불가능하며, 수출 의존도와 공공투자 집행 지연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말 기준 공공투자 집행률은 15.56%에 불과했고, 7월 말에도 39.5%에 머물렀다. 재무부는 3분기 말까지 60%, 연말까지 100% 집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런 패턴은 매년 반복되는 고질병이다.
중국의 경험: 평균 9% 성장…하지만 효율은 떨어졌다
중국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9.91% 성장을 기록하며 세계 경제사에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이뤘다. 1984년에는 15.2%라는 역대 최고 성장률을 찍었고, 1992~1996년 사이에는 연평균 12% 성장을 지속했다. 2000년대 이후에도 평균 9%대 성장을 유지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 효율이었다. 2001~2004년 중국의 증분자본산출비율(ICOR)은 4.7에 달했다. 이는 GDP 1단위를 늘리기 위해 4.7단위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일반적인 개도국의 중간값 2.0~5.0 범위에서도 높은 편이다. 투자 비중이 GDP의 40.9%에 달했지만, 성장률은 8.7%에 그쳤다. 과잉투자와 중복투자, 국유기업 중심의 비효율적 자본배분이 원인이었다.
한국의 교훈: 8.9% 성장…그러나 선택과 집중이 있었다
한국은 1961~1980년 19년간 연평균 8.9% 성장을 달성하며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1960년대 7.5%, 1970년대 8.6%, 1980년대 9.3%로 성장률이 가속화했고, 1961년 대비 1990년 국민총생산(GNP)는 113배, 1인당 GNP는 68배 증가했다. 1970년 4분기에는 분기 성장률 7.8%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모델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1960년대엔 섬유·신발 등 노동집약산업으로 수출을 늘렸고, 1970년대엔 철강·조선·자동차 등 중화학공업에, 1980년대엔 전자·반도체 등 기술집약산업으로 단계적 전환을 이뤘다. 경제기획원이 자본배분을 조율하고, 국책은행이 전략산업에 자금을 집중 투입했으며, 수출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시스템이 작동했다. 새마을운동으로 농촌 인프라를 근대화하고, 교육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인적자본을 끌어올린 것도 주효했다.
베트남의 현실: 투입은 많은데 산출은 적다
베트남은 GDP 대비 인프라 투자 비중이 6%로 동남아 평균 2.3%의 2.6배에 달하며 아세안 최고 수준이다. 일각에선 GDP의 10% 이상을 인프라에 투입한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은 인프라를 베트남의 가장 큰 경쟁력 저해 요인으로 지적했다.

하버드대 애쉬센터와 UNDP의 보고서는 베트남의 자본산출비율이 5.0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2.5~3.5)보다 현저히 높다고 분석했다. GDP 1단위 증가를 위해 필요한 자본이 중국이나 한국보다 많다는 뜻이다. 투자의 90%가 공공예산에서 나오며, 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프로젝트는 정치적 압력으로 경제성 없이 승인되고, 부패로 인해 사업비의 10~20%가 증발한다.

2025년 개항한 탄손녓공항 3터미널은 2개월 조기 완공됐지만, 지붕 누수와 바닥 부실 문제가 드러났다. 속도에만 집착한 결과다. 공공투자는 지방정부가 전체 지출의 60%를 담당하지만, 역량 부족으로 집행률은 계속 저조하다.
중국·한국과의 비교: 베트남이 놓친 것

중국은 규모로 밀어붙였고, 한국은 전략으로 뚫고 나갔다. 베트남은 투입은 많지만, 시스템이 없다. 공공조달은 여전히 국영기업 위주로, 프로젝트 선정은 투명하지 않으며, 투자 대비 수익률(ROI) 모니터링 체계는 미비하다. 한국이 경제기획원으로 정책을 조율했다면, 베트남은 부처 간·중앙-지방 간 조정 실패가 반복된다.
베트남이 반드시 해야 할 세 가지
베트남이 반드시 해야 할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투자 효율 시스템을 재설계하라. 프로젝트 선정 단계부터 경제성 분석을 의무화하고, 정치적 논리를 배제한 투명한 입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국이 ICOR 4.7로도 9% 성장했다면, 베트남이 5.0에서 10% 성장하려면 투자 규모를 늘리거나 효율을 3.0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후자가 현실적이다. 싱가포르·대만처럼 민관협력(PPP)을 확대해 공공부채 부담을 줄이고, 민간 자본이 연간 100억~150억달러 유입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둘째, 한국식 선택과 집중 전략을 도입하라. AI, 반도체, 그린테크는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구호로 끝나선 안 된다. 한국이 1973년 중화학공업화 계획으로 철강·조선·자동차에 집중 투자했듯, 베트남도 3~5개 핵심 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R&D) 예산, 세제 혜택, 인력 양성, 글로벌 파트너십을 패키지로 제공해야 한다. 1980년대 한국이 전자·반도체로 전환하며 토종 기업(삼성·LG)을 육성한 것처럼, 베트남도 조립 하청을 넘어 자체 브랜드와 지식재산권(IP)을 가진 '내셔널 챔피언'을 키워야 한다.

셋째, 제도 신뢰를 구축하라. 재산권 보호, 반부패, 법 집행력, 행정 효율성은 성장의 보이지 않는 토대다. FTSE 러셀의 신흥시장 편입으로 자본시장 관심은 높아졌지만, 제도적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하다. 2026년 국가 벤처캐피털펀드(2000만달러)와 지방 펀드 설립, 국제금융센터(IFC) 내 크라우드펀딩 허용(연 70만달러) 등은 긍정적이지만, 집행 속도와 투명성이 관건이다.

"10%는 불가능한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해선 불가능하다. 중국은 규모로, 한국은 전략으로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베트남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투입을 늘릴 것인가, 시스템을 바꿀 것인가. 30년간 아시아 전역에서 수백 건의 딜을 성사시키며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목표는 실행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이 2026년 10%를 달성하려면, 지금 고쳐야 할 건 경제 규모가 아니라 경제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데이비드 김 테크 저널리스트·Asia Value Creation Awards 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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