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시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매디슨은 27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을 기념해 모인 가족들에게 선물로 한국 마스크팩을 선물했다. 그는 “야간 근무가 많은 간호사 직무 특성상 건조해진 피부를 위해 마스크팩을 많이 활용한다”며 “특히 최근에는 동료 간호사들 사이에 한국 콜라겐 마스크팩이 유행하면서 가족들에게도 선물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서 K-뷰티(한국 화장품)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며 울타, 세포라, 월마트, 코스트코, 아마존 등 온오프라인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틱톡의 바이럴 마케팅과 한국의 사상 최대 화장품 수출 호조가 맞물리며 ‘K-뷰티 2차 붐’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흐름을 타고 한국 산업통상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 6∼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아메리칸드림 몰에서 ‘2025 뉴욕 한류 박람회’를 열고 국내 유망 소비재·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올해 25회째를 맞은 한류 박람회는 특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로 대변되는 한류 전성기에 맞춰 처음 북미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335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사흘간 2만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현지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행사 기간 K-뷰티·푸드·패션 등 프리미엄 소비재 전문 기업 100여곳이 북미 및 중남미 바이어 235곳과 수출 상담을 진행해 현장에서만 총 11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 및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미국 뉴욕한국문화원은 지난 9월 주요 한국문화 행사 ‘한국 문화를 위한 시간(It’s Time for K-Culture)’으로 서울 뷰티 메트로 팝업을 열었다.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한국문화원 1∼2층에서 K-컬쳐 체험존과 K-뷰티 체험존으로 뉴요커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울 주요 지하철역(경복궁·명동·강남·성수·동대문 등)을 배경으로 한 9개 테마 공간을 구현하는 한편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 월과 특수효과로 한강과 시장통을 재현했다고 뉴욕문화원은 설명했다.
울타는 지난 7월 ‘K-뷰티 월드’ 섹션을 신설하고 한국 브랜드 및 미용기기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헤일리 비버 등이 소개한 뷰티테크 브랜드 메디큐브를 미국 내 단독으로 취급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울타는 올 1분기 한국 스킨케어 매출이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포라 역시 타임스스퀘어 플래그십 매장 한쪽을 한국 화장품 전용 존으로 꾸미고, 한율·에스트라 등 한국 브랜드의 미국 독점 론칭을 잇달아 확보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도 에센스, 세럼, 시트마스크 등 한국 제품의 비중을 늘리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대표 H&B 브랜드인 ‘올리브영’도 내년 미국 시장에 첫 매장을 열 예정이다. 아시아 뷰티 리테일러 스코시는 시애틀·마이애미·오스틴 등 주요 도시에 20개 매장을 추가로 출점할 계획이다.
CNBC는 K-뷰티 확산의 중심에는 틱톡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 데이터 분석기업 스페이트에 따르면 ‘K-뷰티’나 ‘코리안 스킨케어’ 관련 영상은 주당 2억5000만 회 이상 조회된다. Z세대와 밀레니얼 소비자가 전체 K-뷰티 구매층의 약 75%를 차지하며, 틱톡 숍이 구매 경로를 크게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틱톡 크리에이터들의 지적에 따라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조정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한국 브랜드 티르티르는 “색상이 너무 적다”는 지적 이후 파운데이션 색상을 3개에서 40개로 대폭 확대했다.
미국·멕시코·브라질 등 미주 지역에서도 K-뷰티 인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멕시코 소비자의 61%, 브라질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K-뷰티가 인기”라고 답했다.
CNBC는 K-뷰티의 급성장에는 한국 시장 특유의 ‘초경쟁 구조’가 바탕에 있다고도 분석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1인당 화장품 소비가 가장 높고, 2024년 기준 약 2만8000개의 화장품 판매 업체가 등록돼 있다. 네오젠은 “매일 수백 개의 포뮬러를 개발해 임상 테스트를 진행한다”며 “한국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혁신 속도를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유럽 뷰티 브랜드들이 홍보와 마케팅에 열중하는 동안 K-뷰티 업체들은 치열하게 연구개발(R&D)에 매달렸다”며 “글로벌 소비자들이 제품의 차이를 이제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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