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열풍이 외국인의 방한 여행 방식을 바꾸고 있다. 한복 체험과 고궁 관람으로 대표됐던 전통적 여정에서 벗어나 올리브영, 다이소 같은 로드숍 쇼핑부터 퍼스널 컬러 테스트까지 한국인의일상을 그대로 따라 즐기는 프로그램이 주류로 떠올랐다.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에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 플랫폼은 현지 문화 감각에 맞춘 전략을 앞세워 만족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현지 인재를 전면에 내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인바운드 플랫폼 크리에이트립 사무실에서 만난 임가진 CX 리더는 이러한 흐름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읽어내고 있다. 대만 국적인 그는 현지인들의 K-콘텐츠 취향을 빠르게 파악해 관련 상품으로 방한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임 리더는 2019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머문 것을 계기로 워킹홀리데이 비자 취득 후 크리에이트립에 합류했다. 한국어·중국어·영어를 활용해 대만·홍콩·중국·싱가포르 등 아시아권과 영어권 고객까지 직접 응대하며 요구와 불편을 분석해 경영진과 각 사업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임 리더는 최근 방한 외국인의 여행 트렌드에 대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처럼 여행을 즐기는 '찐 한국인 체험'을 꼽았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쇼핑이랑 한류 위주로만 체험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콘서트, K팝 댄스 수업, 퍼스널 컬러 등 체험형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흔히 한국인이 생각하는 외국인 모습인 치킨 먹방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 트렌드는 K-콘텐츠의 영향력이 컸다. 임 리더는 "맛집을 방문해도 K-드라마에서 나온 맛집 혹은 아이돌, 셀럽이 방문한 식당이 인기"라며 "치킨은 물론 간장게장 맛집도 현지에서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다"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자사 플랫폼 이용 외국인 관광객의 삼계탕과 찜닭 거래액은 전년 대비 각각 233%, 162%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간장게장도 18% 상승했다. 정육식당, 갈비 전문점처럼 한국의 고기 문화를 대표하는 식당 역시 방문이 늘면서 전월 대비 거래액이 최대 4배 이상 늘었다.
해외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로는 K드라마, K팝 등 K콘텐츠 확산이 꼽힌다. 특히 한국 드라마나 영화 인기에 따라 그 안에서 소개되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신선한 해산물과 숯불 흑돼지구이, 간장게장, 순두부, 떡볶이, 빈대떡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에는 K-뷰티와 의료 목적 방문이 증가했다. 안과 시술, 치아 미백 스케일링 등 의료 관광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기능성 화장품과 의약품의 경계를 허문'코스메슈티컬'(약국 화장품) 제품군이 주목받고 있다.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치과 관련 상품은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이 약 588% 증가하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기록했다.
치과 상품 중 가장 주목받은 상품은 스케일링 및 치아 미백 시술이다. 아시아와 북미 지역 모두에서 치아 미백과 스케일링 상품 예약이 가장 많다는 설명이다.
임 리더는 한국 의료와 뷰티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최신형 기계를 사용하고, 서비스 제품도 다양해 외국인 선호가 높다"며 "K-뷰티는 이제 전 세계에서 트렌드처럼 자리잡아 '예뻐지고 싶으면 K뷰티'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임 리더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인기에 한의원 인기도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주인공인 루미가 목 치료를 위해 방문해 한약을 처방받는 장면에 최근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현지 고객 요구를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업계는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다. 크리에이트립은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인재 채용을 통해 현지인의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만족도를 더욱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국어 역량과 문화 감수성은 데이터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인사이트의 정확도를 높이고, 현지에서는 '우리 입장을 이해한다'는 신뢰를 형성해 브랜드 선호에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임 리더는 특히 모국인 대만은 간접적 표현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대만 고객의 요구를 한국인 직원들이 오해 없이 이해하도록 해석하고, 대만 SNS·커뮤니티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번역을 넘어선 진짜 현지화를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에서 유행하는 한국 트렌드를 쫓아 상품 개발에 나서는 데 외국인 직원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며 "국가마다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플루언서가 소개한 콘텐츠에 따라 방한 관광 아이템의 주목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현재 크리에이트립 전체 직원 68명 가운데 외국인은 15명이다. 국적도 대만, 일본, 터키, 홍콩, 미국, 일본, 대만 등 다양한 국적 인력을 배치했다. 향후 글로벌 인재를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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