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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서울대병원 개발 의료AI '케이메드' 공개…"GPT-5.1 능가"

입력 2025-11-28 16:11   수정 2025-11-28 18:08



글로벌 최고 수준을 뛰어넘는 한국형 의료 인공지능(AI)이 처음 등장했다. 한국 의료 현실의 고질적인 문제인 ‘3분 진료’ 해소와 의료진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와 서울대병원은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메디컬 AGI 포럼'을 열고 의료 거대언어모델(LLM) ‘케이메드(KMED).ai’를 첫 공개했다. 서울대병원 내 입원초진, 외래기록, 수술 기록, 처방·간호 기록 등 총 3800만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델이다.

의료AI는 진료기록 작성과 진료 보조 등 의사의 업무를 대신해주는 도구다. 예컨대 ‘환자가 위고비를 월요일에 맞아야 하는데 깜빡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질문하면 관련 문서와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답변을 제시한다. 이현훈 서울대 의대 교수는 “환자 정보를 기반으로 답하므로 사실상 전공의를 하나 옆에 두고 일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의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현저히 적고 진료 수요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3.9명)에 못 미치지만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 18회로 가장 많다. 이 같은 인력 불균형 속에서 3분 진료가 고착화됐고 의사들은 진료 외 행정 업무까지 떠안아야 했다. 의료AI는 이러한 과부하를 줄여 환자 진료에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의료AI 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구글은 2023년 메이요클리닉과 ‘Med-PaLM’을 출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의료AI 전문 기업 뉘앙스를 인수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세계 의료AI 시장이 지난해 38조원에서 10년 뒤 891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맥킨지 역시 생성형 AI 도입을 통해 의료 분야에서 최대 연 160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국 의료 현장에서는 외산 의료AI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현훈 교수는 “의료AI 글로벌 1위 플랫폼 오픈 에비던스조차 한국어 질문을 거의 처리하지 못한다”며 “한국에서는 외산 의료AI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케이메드는 의사 국가고시(KMLE)를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기록했다. 케이메드의 점수는 96.4점으로 GPT-5.1(95.99점), 클로드 소네트 4.5(94.86점)를 모두 앞섰다. 미국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한 1위 의료AI 오픈에비던스는 69.11점에 그쳤다. 이는 지난 3월 선공개된 오픈소스 모델(86.2점) 대비 크게 향상된 성능이다. 참고로 사람 의사의 평균 점수는 79.7점 수준이다.

서울대병원은 진료 기록 서식만 3000여 가지에 달하며, 연간 321만 건 이상의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의료AI는 이러한 반복·작성 업무를 대신해 의료진의 부담을 크게 줄일 전망이다.

네이버와 서울대병원은 내년 상반기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진료과별 AI 에이전트를 공개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정보, 국내 의료법령, 최신 임상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자주 변경되는 요양급여 기준 등을 반영해 의료진이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업데이트형 도구로 제공한다.

네이버는 최근 헬스케어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는 올해 초 경영 일선 복귀 후 첫 공식 행보를 서울대병원으로 정한 데 이어 이번 행사에도 직접 참석해 의료AI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케이메드는 현장 의료진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탄생했다”며 “의료계 소버린AI의 성공 사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021년 헬스케어연구소를 설립하고 나군호 연세대 의대 교수를 소장으로 영입했다. 2023년에는 서울대병원에 3년간 300억 원을 투입해 디지털 바이오 연구를 지원했고 지난해 2월부터 케이메드 개발에 착수해 이번 성과를 냈다.

헬스케어 분야의 인프라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네이버는 26일 클라우드 기반 전자의무기록(EMR) 기업 세나클을 인수하며 데이터 인프라를 강화했다. 케이메드와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앞서 8월과 10월에는 임상시험 플랫폼 기업 제이앤피메디, 체성분 분석 기업 인바디에도 투자했다.

이해진 창업주는 “네이버가 의료AI에 진심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한다”며 “AI 시대에 네이버가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한 실마리가 의료AI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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