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남길 수 없는 시대의 상처는 때로 음표 위에 새겨진다.제러미 아이클러의 <애도하는 음악>은 네 명의 음악가가 남긴 작품을 따라가며 음악이 단순한 예술을 넘어 ‘기억의 장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학자이자 음악 비평가인 저자가 책에서 주목한 작곡가는 20세기 유럽의 비극을 음악으로 남긴 쇼스타코비치와 쇤베르크, 슈트라우스, 브리튼이다.
20세기 러시아 음악을 대표하는 쇼스타코비치의 ‘바비 야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애도하는 작품이다. 바비 야르는 1941년 유대인 집단 학살이 자행된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협곡의 지명이다. 오스트리아의 쇤베르크는 2차대전이 끝난 뒤 독일의 폴란드 침공 당시 바르샤바 시민들을 위로하는 음악 ‘바르샤바의 생존’을 내놨다. 그는 불협화음의 창시자로 불리는데,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 당시 하나의 질서가 무너지던 감각이 불협화음을 통해 펼쳐진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독일 후기 낭만파 음악의 대가인 슈트라우스가 말년에 작곡한 ‘메타 모르포겐’은 2차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에 대한 참회와 애도를 담은 음악이다. 영국의 평화주의 작곡가 브리튼이 쓴 ‘전쟁 레퀴엠’은 나치의 폭격으로 무너진 성 미카엘 대성당이 1958년 재건됐을 때 헌당식에 쓸 음악으로 작곡됐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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