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인기다. 25년간 한 회사에 재직한 ‘김 부장’이 겪는 직장 생활 안팎의 희로애락을 극사실주의로 그려 수많은 직장인을 밤새우게 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재미있는 것은 긴 제목이 구체적으로 지목한 현실의 김 부장들뿐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연차, 직함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을 드라마 속 인물에게 대입해 보며 공감의 탄식을 뱉는다는 점이다. 너무 현실적이라 재미있다는 반응과 가슴이 아파 못 보겠다는 반응이 공존한다. 일에 한없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시청 반응까지 참으로 현실적이다.다양한 인물을 통해 ‘일’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을 꺼내놓는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 ‘보여주기 위한 일’을 하고, 살아남은 누군가는 그 일을 보며 ‘일하는 기분만 내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이기적이고 얄미운 ‘빌런’이 회사로부터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로 평가받기도 한다. 일다운 일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감옥에 들어앉은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로 그곳에 출근한다는 사실이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한 사람도 있다. 회사와 자신을 동기화해 생각하는 사람도, 회사원은 그저 돈 받는 만큼 일하면 된다며 선 긋는 사람도 있다.
누구나 김 부장 이야기에 이입하는 것은 저마다 상황에 따라 일을 대하는 관점을 다르게 선택해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참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입장이 달라지며 한순간에 별것 아닌 것이 되기도 하고, 어제까지 남의 일로 여긴 것이 하루아침에 내 발등의 불이 되기도 한다. 오래 지켜온 신념이나 태도를 의심해야 할 때도 있다. 모든 때에 통하는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 속 대사처럼 ‘회사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며 뒤늦은 좌절을 하지 않기 위해 변하는 시대와 상황에 맞춰 나 또한 달라지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그러나 변화가 당연할수록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와 권한 밖의 일로 가득한 직장 생활에서 흔들릴지언정 내가 지킬 수 있는 한 가지는 내가 일을 대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 내가 세운 원칙, 내가 믿는 가치를 좇는 마음은 좌절의 순간 나의 뒤를 지킨다.
겉모습이 같은 붕어빵의 이름을 ‘팥붕’ 혹은 ‘슈붕’으로 결정짓는 것은 속에 어떤 앙금이 들어 있느냐다. 내가 김 부장이든, 송 과장이든, 권 사원이든 일하는 사람으로서 내 이름을 결정짓는 것은 이러나저러나 똑같은 직장인이라는 틀이 아니라 내가 일에 담는 나만의 앙금이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 속에서 생각한다. 오늘 내가 붙잡으려 한 가치는 무엇인가. 나를 나로 만드는 소소한 선택들은 어떤 것인가. 내 일의 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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