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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장미희 한자리에…충무로 '서울영화센터' 200여명 몰려

입력 2025-11-28 18:24   수정 2025-11-28 18:36



28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초동. 충무로 골목 끝에 새로 들어선 서울영화센터로 들어서자 정장을 차려입은 영화인들과 검은 코트를 걸친 관객들이 레드카펫이 펼쳐진 1층 로비를 가득 메웠다. 벽면 스크린에는 흑백 서울 풍경 영상이 흐르고, 휴대폰 카메라는 끊임없이 셔터 소리를 냈다.
신영균부터 이정재까지… 충무로가 다시 '들썩'
이날 개관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배우 신영균·장미희·박정자·이정재·한예리·예지원·류승수·양동근·정태우와 김한민·윤제균·강윤성·정지영 감독 등 영화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밖에도 김길성 중구청장, 임춘대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해온 이름들이 한 공간에 모이자 “영화 시사회장 분위기 같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는 한국 영화 황금기를 함께한 원로 배우 신영균이었다. 그는 “한때 충무로 극장들이 많이 사라져 마음이 아팠다”며 “이렇게 영화센터가 생긴 것이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도 축사에서 영화인들을 향해 ‘헌신’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꺼냈다. 그는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거둔 성취는 한 장면 한 컷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온 창작자들의 헌신 덕분”이라며 “서울영화센터를 영화인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키워가는 열린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가장 안쪽에는 배우와 감독들이 한 줄로 서서 인사를 나누는 작은 '사랑방'이 형성됐다. 이정재는 선후배 배우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웃음을 보였고, 장미희와 김보성 등은 오랜 팬이라는 시민의 요청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 촬영에 응했다. 한쪽에서는 감독들이 나란히 서서 새 공간의 상영 시스템과 기획 프로그램을 꼼꼼히 묻는 모습도 있었다.



개관식 하이라이트는 무성영화와 실내악이 함께한 축하 공연이었다. 서울영상자료원이 최초로 공개한 흑백 영상 ‘한국, 서울과 제물포항 풍경’이 스크린에 펼쳐지자 관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 숨소리가 낮아졌다. 세기 초 서대문과 제물포항을 담은 오래된 영상 위로 바이올린과 피아노 선율이 겹치면서 “시간 여행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 독립영화 관계자는 “충무로에서 이런 방식으로 영화와 관객을 연결하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게 의미 있다”며 “오늘 얼굴을 비친 배우·감독들은 앞으로 관객과의 대화를 이끌 ‘초청장’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 플랫폼’ 시험대 오른 서울영화센터
서울영화센터는 지하 3층부터 지상 10층까지 연면적 4800㎡ 안팎 규모로 들어섰다. 독립·예술영화 상영관 세 곳과 기획전시실, 영화인 공유오피스, 옥상극장 ‘시네마스카이’까지 갖춘, 말 그대로 영화 전용 복합공간이다.



서울시는 이 센터를 세 가지 축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신진 감독 발굴과 필름마켓 운영 같은 ‘영상산업 진흥’, OTT와 인공지능(AI) 신기술 교육을 통한 ‘영화인 성장 지원’, 감독·배우와의 대화(GV)와 시사회 프로그램으로 채우는 ‘시민 문화 소통공간’이 그것이다. 단순 상영관을 넘어 제작과 교육, 교류를 한 번에 품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이 센터를 둘러싸고는 적지 않은 논란도 있었다. 오랜 기간 충무로 영상문화의 거점 역할을 해온 ‘오!재미동’ 운영 종료와 연계된 결정이 영화계와 충분히 소통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그중 하나다. 일부 독립·예술영화 진영에서는 “공공 영화공간의 재편이 자칫 상업성 중심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해왔다.



이날 개관식 현장에서 체감되는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공식 행사 전후로 로비에 모인 영화인들은 “어쨌든 충무로에 제대로 된 공공 영화 플랫폼이 생긴 건 반가운 일”, “이제는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오랜 기간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요구해온 영화계 염원이 일정 부분 구현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시는 개관식 이후 행보도 빠르게 이어간다. 다음 달 2일부터 한 달 동안 한국 영화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획전 상영을 무료로 진행하고, 서울의 도시·역사를 담은 고전 영화와 프랑스 누벨바그, 미국 독립영화 등을 선보이는 사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사전 상영의 평균 예매율은 90%에 달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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