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기술 개발부터 검증과 사업화, 실증,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가 시너지를 내며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30일 밝혔다. CES 혁신상은 미국 소비자기술협회가 CES 개막에 앞서 출품 기술과 제품 중 기술성과 심미성, 혁신성이 뛰어난 서비스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서울형 R&D는 기술 발굴부터 고도화, 실증,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지는 대표적인 전주기 지원체계로 이번 CES 성과를 견인한 핵심 축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로보틱스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 기업들이 최고혁신상과 혁신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서울시 기술지원 체계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서울형 R&D를 통해 딥테크 기업은 기술개발, ‘테스트베드서울’을 통한 실증, 글로벌R&D를 통한 해외 진출까지 연속 지원을 받는다.
양재 일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특화 거점으로 조성한 ‘서울AI허브’는 고성능 GPU 인프라와 산업 협력,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연계 지원을 통해 AI와 로봇, 모빌리티 분야 기업의 기술 고도화와 해외 진출을 뒷받침했다. 기술개발 초기부터 사업화와 글로벌 진출까지 단계별 지원을 제공하며 AI 기반 콘텐츠, 로봇, 모빌리티 기업들이 CES에서 주목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울시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서울 산업AX혁신센터와의 연계를 강화해 제조와 바이오, 금융 등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대학 기반 창업정책인 ‘서울캠퍼스타운’도 초기 기술 생태계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 2017년 시작된 캠퍼스타운 사업은 대학과 서울시, 자치구가 함께 청년 창업팀을 발굴하고 육성해 지난 9년간 3792개 팀, 1만5379명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었다. 초기 창업팀 발굴과 창업 공간 제공, 멘토링과 시장 검증을 대학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지원한 결과 2022년부터 CES에서 5년 연속 혁신상 수상 기업을 배출했다.
이번 CES 2026에서도 캠퍼스타운 성장기업 6개사가 로보틱스와 엔터프라이즈 테크, 스마트 커뮤니티 등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이화여대 캠퍼스타운에서 성장한 ‘유니유니’는 장애인 화장실 이용 시 낙상과 실신 같은 위험 상황을 딥러닝으로 감지해 보호자에게 알리는 솔루션 ‘쎄비(SAAVY)’를 앞세워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숭실대 캠퍼스타운 소속 ‘미피아’는 음악의 멜로디와 리듬, 화성, 곡 구조를 다단계로 분석하는 AI 표절 분석 기술을 앞세워 처음으로 CES 혁신상을 받으며 음악 저작권 보호와 공정한 창작 환경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서울형 R&D와 서울AI허브, 캠퍼스타운을 모두 거친 대표 사례도 나왔다. 네이션에이는 생성형 AI 기반 3D 모션 생성 플랫폼 ‘Neuroid’를 앞세워 콘텐츠·엔터테인먼트 부문 최고혁신상과 모바일, XR·공간컴퓨팅 등 3개 부문 혁신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이 회사는 대학 시절 캠퍼스타운에서 초기 발굴된 뒤 ‘서울혁신챌린지’ 선정, 서울형 R&D 지원을 통한 핵심 알고리즘 고도화, 서울AI허브의 GPU와 산업 협력 지원을 거쳐 CES 최고혁신상 기업으로 성장했다. 텍스트와 음성, 영상 입력만으로 고품질 3D 모션을 제작하는 기술력은 글로벌 미디어와 게임, 로봇 기업의 협업 요청으로 이어지고 있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서울핀테크랩이 지원한 기업들이 CES 2026에서 최고혁신상과 혁신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서울핀테크랩은 해외 전시 참가, 글로벌 IR, 파트너 매칭, 규제 컨설팅까지 핀테크 특화 전주기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 결과 단기 방문 외국인의 신원 확인과 결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Financial Passport’ 서비스를 선보인 크로스허브가 핀테크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았고, 온디바이스 구조를 기반으로 개인정보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신원 확인과 결제를 통합한 ‘CityFlow’ 솔루션을 내놓은 고스트패스가 혁신상을 수상했다.
서울창업허브는 공덕과 성수, M+ 등 분야별 특화센터를 중심으로 기술 기업의 사업화와 실증,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며 해양과 로봇, 모빌리티 등에서 다수의 혁신상 수상기업을 배출했다. 휴대용 해양 내비게이션과 실시간 선대 모니터링 솔루션을 개발한 ‘맵시’는 해양 디지털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2년 연속 CES 혁신상을 받았고, 서울창업허브 공덕 입주 이후 해양 빅데이터와 AI를 결합한 핵심 기술과 글로벌 항로 서비스 실증 지원을 통해 북극항로 등 차세대 해운기술 분야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건설 현장 자동화를 목표로 AI 기반 로봇 제어와 비전 AI,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고레로보틱스’는 AI와 로보틱스, 스마트 커뮤니티 3개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드론 군집비행 기술을 기반으로 드론쇼와 방산, 항공기 점검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 중인 파블로항공도 CES 2026 혁신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창업허브 M+ 입주와 서울시의 CES 통합관 참여 지원 등을 발판으로 다수의 실증과 공급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에는 방산 기업 인수를 통해 드론 양산 체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무인이동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XR 공간컴퓨팅 분야에서는 DMC첨단산업센터 입주기업 뉴작이 헤드셋 없이 즐기는 XR 보드게임 ‘SPORTRACK’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뉴작은 DMC첨단산업센터의 연구 공간과 제작 인프라, 방송·미디어 산업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헤드셋 프리 XR’ 기술을 고도화하며 몰입형 콘텐츠 분야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는 XR와 AI, 방송·미디어 기업과 대학 연구소에 DMC 단지 내 입주 공간을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해 디지털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핀테크 부문 세계 8위에 오른 이후 핀테크 산업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해외 네트워크 연계와 규제 혁신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은 “서울 전역에 구축된 산업 지원 인프라와 전주기 성장체계를 통해 혁신 기술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며 “AI와 핀테크, 로보틱스, 해양·모빌리티, XR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형 성장사다리가 효과를 입증한 만큼 세계적 수준의 창업·혁신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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