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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정부가 고환율 원인으로 서학개미를 지목했지만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은 해외주식 매수세를 멈추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간 국내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55억2248만달러(약 8조1147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68억1300만달러) 월별 기준 역대 최대 순매수액을 기록한 데 이어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환율 상황에서는 매수를 줄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 해외 주식 순매수 강도를 되레 높이고 있는 것이다.
서학개미들의 '톱픽'은 인공지능(AI) 기술주였다. 지난달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으로, 순매수액은 10억556만달러에 달했다. 이 기간 전체 해외주식 순매수액의 18.2%에 이르는 규모다.
구글은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3로 미국 뉴욕증시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추론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도 확보했다.
ICE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시온 반도체 3배 레버리지(SOXL)'가 순매수 2위에 올랐다. 순매수 7억4730만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7억1252만달러) 메타(5억5078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고환율 대책을 고심하는 정부는 환율 상승세의 주요 원인으로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투자를 지목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만약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그건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투자 때문"이라면서 "젊은 분들이 하도 해외 투자를 많이 해서, 왜 이렇게 해외 투자를 많이 하냐고 물어봤더니 '쿨하잖아요' 이렇게 답해서 깜짝 놀랐다. 무슨 유행처럼 막 커지는 게 그래서 그런 면에서 걱정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발언을 두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고환율의 구조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를 비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환율의 근본적 원인은 급격한 유동성 증가와 경제 기초체력 약화 등인데, 당국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원화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돈을 잃는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며 "원화 자산을 회피하기 위해 고환율 국면에서 국내 주식보다 해외주식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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