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출강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강의에서 검찰실무 시험에 나올 문제가 사전에 공지됐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법무부가 재시험을 결정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방학 및 학사 일정을 준비하던 로스쿨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강의자와 출제자 풀이 한정적인 로스쿨 수업 구조에서는 투명한 평가와 상호 검증을 제도적으로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논란은 시험 직후인 29일 오후 불거졌다. 로스쿨생 사이에서는 “출강한 검사가 시험에 출제될 정보를 사전에 알려줬다”는 의혹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검찰실무1 수업은 법무연수원 소속 검사 6~7명이 권역별로 나뉘어 전국 25개 로스쿨에 출강해 진행한다. 그런데 수업 중 제시된 자료에서 중요하다고 강조된 죄명이 시험 문제로 출제됐다는 것이다.
검찰실무1 과목의 ‘공소장 및 불기소장에 기재할 죄명에 관한 예규’ 수업에서 정보를 알려준 것으로 지목된 검사는 성균관대와 한양대에 출강한 안미현 검사로 전해졌다. 안 검사는 수업 중 “이번 시험이 어려우니 잘 보라”는 취지로 죄명이 강조된 문서를 화면에 띄운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분묘 발굴’ 등 일반적으로 시험에 잘 출제되지 않는 죄명도 포함돼 있어 통상 교수들이 강조하는 수준을 넘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죄명을 틀렸다고 해서 기말시험 성적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대부분의 학생이 맞히기 어려운 죄명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험 직후 응시생 사이에서 불공정 논란과 이의 제기가 잇따르자 법무부는 재시험을 결정했다. 법무부는 “전국 로스쿨에 출강하는 검사 교수들은 법무연수원 소속으로 모든 학교에 균일한 강의를 하기 위해 사전에 협의해 강의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협의한 범위를 벗어나 강의가 이뤄졌고, 평가의 공정성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재시험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실무1 과목은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형법 관련 실무 경험을 쌓는 기회로 여겨진다. 수업이 모두 끝난 뒤 검찰 인턴을 거칠 수 있어 로펌 취업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검사 지망생뿐 아니라 다수 로스쿨생이 수업을 듣는 이유다. 법무연수원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재시험 여부만 결정됐다”며 “재시험 규모나 방식 등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로스쿨 시험의 출제 과정과 평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9년에도 문제은행 출제에 참여한 연세대 로스쿨 교수가 문제은행 변형 자료로 수업을 했고, 2021년 변호사시험에 수업한 내용과 비슷한 문제가 출제돼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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