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당일 닫힌 국회 출입문을 넘어 화제를 모았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월담의 기억을 담은 책까지 출간했다. 우 의장의 월담을 고리로 한 일련의 행보를 두고 야권에서는 "지나친 정치적 이벤트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 의장은 2일 페이스북에 "담장을 넘었던 그날의 기억을 책으로 남겼다"면서 책 '넘고 넘어' 집필 및 출간 소식을 전했다. 책 표지에는 우 의장이 계엄 때 담을 넘는 사진이 크게 삽입됐다. 표지에는 또 '부드러운 강골, 우원식의 결단', '동이 트기 전 계엄을 끝낸다' 등 문구도 담겼다.

우 의장은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단 17분 만에 국회로 달려가 담장을 넘었던 그 순간. 그때부터 계엄 해제와 탄핵소추안 의결까지 이어진 숨 가빴던 4개월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았다"며 "이 책은 저 한 사람만의 기록이 아니다.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 써 내려간 민주주의의 기록"이라고 했다.
이어 "그날 담장을 넘은 다리와 의사봉을 두드린 손은 나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의 결단을 가능케 한 힘은 거리에서, 가정에서, 일터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의 의지였다"며 "민주주의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다. 일상의 작은 선택과 용기로 지켜내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지켜내고 써 내려간 민주주의와 자랑스러운 역사를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출입문을 넘어가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은 우 의장은 최근에도 '월담'을 앞세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사무처가 계엄 해제 1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여는 행사 '그날 12·3 다크투어'에서는 직접 시민 앞 도슨트로 나서 월담 장소 등을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계엄 직후에는 우 의장이 '대권까지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광폭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당시 4개 경제단체 수장과 국회에서 만났고, 최전방 군부대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만나 금융시장 안정 조치를 당부한 것은 국회의장으로서 전례가 없다는 평가를 낳았다.
이러한 행보는 우 의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외신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 의향을 묻는 말에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지금은 국회의장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에 우 의장은 지난 1일 공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이름이 등장한 바다.
다만 야권에서는 우 의장의 일련의 행보를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의심하면서 스스로 지나친 정치 이벤트화, 영웅화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건을 정치 이벤트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치중립적으로 의정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국회의장이 특정 정파의 편을 들어주면서 국회의장 그 이상을 꿈꾸는 듯한 입지 강화 행보를 보여주는 것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정이한 개혁신당 대변인은 "계엄 1주년에 자서전 발간까지 묶어버리니 민주주의 성찰 행사가 아니라 우원식 개인의 서사 확대 재생산으로 보인다"며 "다크투어, 담 넘은 지점 기념물, 자서전까지 결국 한 사람의 '결단'을 과장해 포장하는 셀프 영웅화 패키지에 가깝다. 계엄의 어두운 시간을 기억하자는 명분 뒤에 정치인의 초상화만 점점 더 또렷해지는 모양새"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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