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가 지난 8월 미국 뉴욕시에서 로보택시 시험운행을 시작했다. 운행 허가는 한 차례 연장돼 총 8대 차량이 연말까지 도심 곳곳을 누비며 실증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웨이모 자율차의 뉴욕 주행은 단순한 지역 확장이 아니다. 기존 운영 도시(샌프란시스코 기준)보다 인구가 10배 이상 많은 초거대 도시로의 진출은 그만큼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확신한다는 의미다. 이 자신감의 배경에는 2020년 이후 5년간 미국 서부 5개 도시에서 축적한 1500만 건 이상의 자율주행 탑승 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웨이모는 내년 댈러스, 덴버, 시애틀 등 17개 도시로 서비스를 동시에 확장할 예정이다. 주(週)당 100만 건 이상의 탑승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해외로 진출할 계획도 밝혔다.
웨이모의 거침없는 질주 소식을 듣다 2년 전 한국경제신문 보도가 떠올랐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들이 개인정보보호법 상충 문제로 길거리 사람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 데이터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자율주행 기술은 사람 이목구비를 정밀하게 인식해야 완성도가 높아지지만 이처럼 원본 영상 활용이 제한돼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원본 영상 활용이 허용됐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정책 효과는 미미하다. 22대 국회 들어 자율주행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한 8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단 한 건도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문제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자유로운 데이터 수집을 기반으로 이미 기술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는데 한국은 이제야 실증 도시 조성에 착수한 것이다. 산업 정책과 규제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전형적인 ‘규제 시차’(regulatory lag) 현상이다.
한국 자율주행산업이 뒤처진 것은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규제에 막혀 기술을 실험하고 활용할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낡은 규제에는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마련이다. 규제 개선이란 이름하에 새 규제가 덧대지고, 각 부처는 책임 회피 명분을 얻는다. 혹 복잡한 실타래가 풀어지면 그 성과의 공(功)을 다른 부처에 뺏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그게 규제의 속성이고, 정부 부처의 타성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 규제혁신의 대혁신,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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