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인사 청탁을 받은 뒤 "훈식이형이랑 현지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하는 대화 내용이 외부에 노출됐다. 김 비서관이 언급한 형, 누나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지난 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본회의장에 있던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안산단원구을 김남국의원'이라고 적힌 인물에게 텔레그램으로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을 지낸 홍성범씨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직에 추천했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촬영된 두 사람의 대화에는 "남국아, 우리 중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하는 데 자격은 되는 거 같은데 아우가 추천해 줘"라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좀 해줘봐"라고 적혀 있다. 이에 "넵 형님, 제가 훈식이형이랑 현지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장이 왔다.

문 의원과 김 비서관은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문 의원이 대학 동문인 홍씨를 민간 단체 회장직에 추천하기 위해 김 비서관에게 연락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9월 대통령실 조직 개편에서 김 비서관은 강훈식 비서실장 직할로 이동했었다.
이에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두 사람 간의 대화였을 뿐, 인사 추천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야권의 반발은 거세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즉각 해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인사 청탁을 받은 김 비서관은 즉각 사퇴하시라"며 "아울러 김 비서관은 '현지 누나'가 누구인지 조속히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문 의원도 이에 대해 즉각 해명하고 책임져야 된다"며 "이렇게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사 청탁 하는 것에 대해 해명하고 그에 걸맞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의 인사 농단 실체가 드러났다. 현행범"이라며 "김현지 실세설이 입증됐다. 김현지 실장이 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자리까지 주물럭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적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자동차산업협회장 인사 청탁을 받나"라며 "그나저나, 현지 누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고 적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국회 예산안 처리하는 와중에 인사 청탁이라뇨"라며 "현지 누나는 누굽니까?"라고 물었다.
1988년 설립된 KAMA는 현대자동차, 기아, 르노코리아,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 KG모빌리티 등 5개 완성차 업체가 조직해 운영하는 민간단체다. 1988년부터 2011년까진 완성차 업체 최고경영자(CEO)가 회장직을 맡았다. 그 이후엔 원활한 정책 조율을 위해 산업통상부(옛 산업통상자원부) 출신들이 4대째 회장직을 역임해왔다.
대통령실은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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