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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가입 1분, 탈퇴는 6단계 허들…속터지는 '탈팡'

입력 2025-12-03 17:28   수정 2025-12-04 01:29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 이후 소비자들의 ‘탈(脫)쿠팡’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탈퇴하려 해도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이 같은 탈퇴 방어 행위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에 해당하는지 조사해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공정위 칼 빼 들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쿠팡의 탈퇴 및 멤버십 해지 과정 전반이 전자상거래법상 다크패턴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했다. 다크패턴은 소비자의 오인이나 비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도록 교묘하게 설계된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의미한다. 해지 대신 서비스 유지를 반복적으로 권유하거나, 혜택 포기하기와 같이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표현으로 해지 버튼 클릭을 주저하게 만드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 쿠팡의 탈퇴 절차는 ‘미로 찾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쿠팡 앱에는 ‘회원 탈퇴’ 버튼이 없다. 탈퇴하려면 ‘마이 쿠팡’의 ‘회원정보 수정’ 메뉴에 들어가 스크롤을 맨 아래까지 내려 화면을 ‘PC 버전’으로 강제 전환해야 한다. 이후 비밀번호를 다시 입력해 본인 확인을 거치고, 이용 내역을 점검한 뒤 객관식·주관식 설문조사까지 마쳐야 비로소 탈퇴 신청이 가능하다.

유료 서비스인 ‘와우멤버십’ 가입자는 더 어렵다. 멤버십 해지 버튼을 누르면 “와우 할인가로 구매할 수 없습니다” 등 경고성 문구가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스크롤을 내려 ‘와우 전용 혜택 그만 받기’를 선택해도 ‘와우 전용 쿠폰 포기하기’를 눌러야 해지가 완료된다. 이후 ‘마이 쿠팡’으로 돌아가 여러 단계를 거쳐야 최종 회원 탈퇴가 마무리된다.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타가 이어졌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석사 학위를 가진 의원실 비서관조차 탈퇴를 시도하다가 포기했을 정도로 절차가 악질적”이라며 “이게 다크패턴이 아니면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쿠팡의 행위가 불공정 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소비자 불안감 증폭
소비자들이 쿠팡 탈퇴에 나서는 주된 이유는 2차 피해에 대한 공포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에는 “새벽에 갑자기 쿠팡 앱에서 로그인 시도가 있었다는 알림 문자가 왔다” “내가 접속하지 않았는데 ‘알 수 없는 기기’에서 로그인됐다” 등 불안 섞인 글이 쇄도하고 있다. 로그인 위치가 해외로 표시되는 경우도 다수다.

쿠팡은 “로그인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하지만 보안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쿠팡은 이메일 주소를 로그인 아이디로 사용한다. 이번에 유출된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을 기존 유출 데이터베이스(DB)와 조합하는 ‘크리덴셜 스터핑’(무작위 대입) 방식으로 공격하면 비밀번호를 뚫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쿠팡 계정에는 신용카드 등 결제 수단이 연동된 경우가 많아 금전 피해 우려가 크다. 한 쿠팡 이용자는 “새벽 1시에 로그인 시도 알림 문자를 받고 덜컥 겁이 나 탈퇴하려고 했는데 버튼을 꼭꼭 숨겨놔 블로그를 뒤지면서 겨우 탈퇴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은/배태웅/라현진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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