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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리더들 '양복 입은 뱀'이 되지 않는 법 [EDITOR's LETTER]

입력 2025-12-08 07:17   수정 2025-12-10 09:57

[EDITOR's LETTER]

동물원에 두 무리의 늑대가 있었습니다. 한 무리는 주도권 경쟁에서 패해 외진 곳에 살았습니다. 경쟁자 무리 때문에 사육사들이 주는 먹이도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어느 날 승자 무리가 안 보이는 틈을 타 사육사가 패자 무리 한 마리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늑대는 씹지도 않고 엄청난 양의 고기를 그냥 삼켰습니다. 곧 승자 무리가 나타나자 패자 무리가 있는 곳으로 달아났습니다.

그곳에서 늑대는 삼킨 고깃덩어리를 그대로 토해냈습니다. 패자 무리의 우두머리 늑대였습니다. 자신의 무리를 위해 고기를 저장해 돌아온 셈이지요. 이 영상을 보고 리더란 어떤 존재일까 생각했습니다.

연말입니다. 기업 인사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팀장부터 사장까지 새로운 리더가 등장하는 시즌입니다. 올해는 살아 있는 리더십 강의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어 별도의 교육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위법적이고 반헌법적인 내란을 일으킨 주범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만 살겠다고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자신의 ‘기괴한 판단’으로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부하들에게 말입니다.

다른 편에서는 수천만 국민의 정보가 해외로 유출됐지만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 김범석 의장, 그는 어떤 언급이 없습니다. 국내 경영자들이 총알받이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마치 “권력은 나에게 집중하고 책임은 다른 이들에게 분산하라”고 외치는 듯합니다.

얼마 전 성공적으로 기업을 이끌고 은퇴한 한 전문경영인에게 새롭게 리더가 된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답은 “사이코패스가 되지 말라”였습니다. 조직원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면 단기 실적은 낼 수 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2024년 미국 포춘지에는 기사 하나가 실렸습니다. 호주의 심리학자인 네이선 브룩스, 샌디에이고대 교수인 사이먼 크룸 등 2010년대 중반부터 ‘기업 내 사이코패스’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학자들이 내놓은 연구 결과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사이코패스일 확률은 1% 수준이지만 기업의 경영자 레벨로 가면 그 비율이 높게는 12%에 이른다고 합니다. 연구의 메시지는 “나쁜 상사는 예외적인 괴물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만들어진다”였습니다. 조직이 이런 사람을 막을 장치를 만들지 못하면 공감 결핍, 조작 성향을 가진 사람이 리더에 올라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책에서 이런 성향의 상사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을 ‘독특한 언어 세계’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권력을 남용합니다. 그리고 이를 ‘리더십’이라고 부릅니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독선은 ‘카리스마’란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자신이 편애하는 사람을 쓰는 것을 ‘발탁’이라고 부릅니다. 불공정을 포장하기 위해 ‘공정’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기도 합니다. 일부 직원이 특수한 어려움에 처해도 이들은 무관심합니다. 그리고 “형평성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또 자신의 독선적 결정은 ‘대의’란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자신이 한 잘못된 결정에 대해서는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실무자들이 실행에 실패했다”고 장시간 연설을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토론’이라고 부릅니다. 어려운 과제를 부하직원에게 넘긴 후 일관된 무관심으로 대하면서 ‘권한 이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사고 체계에서 공은 자신에게 돌리고, 잘못은 조직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사가 실제로 많은 듯합니다. 유튜브에는 사이코패스 상사를 검색하면 다양한 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들을 부르는 가장 인상적인 호칭은 ‘양복 입은 뱀’이었습니다.

사이코패스 리더가 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자신이 언제건 뇌질환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UC버클리 대런 켈트너 교수는 “권력은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는 면에서 미약한 뇌손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권력자들 뇌에서 공감을 관장하는 거울뉴런의 활동이 약해진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권력이 자신의 뇌를 파괴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결정권이 권력이 아니라 권한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권력은 무제한이지만 권한에서 한계가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리더들에게 패자 무리의 늑대처럼 자신을 희생해 조직원들을 먹여 살리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이코패스는 되지 말자는 결심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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