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한국에선 부동산 투자를 잘 하는 게 최고인가봅니다. 1년 내내 조용하던 종목이 단숨에 '텐배거(주가 10배 상승 종목)' 등극이라니…"
최근 증권가에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천일고속을 두고 나오는 우스갯소리다. 1년 전인 작년 12월 초 주가가 3만5100원으로 이후 1년 내내 3만원 후반을 오갔던 이 천일고속의 주가는 5일 장중 40만6000원에 거래됐다.

1년 새 상승률이 1056.70%에 달한다. 올들어 한동안 시장을 주도한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 섹터를 비롯해 바이오·로봇 등 주요 섹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폭 상승세다.
천일고속의 상승세는 지난달 19일 시작됐다. 서울시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일대를 재개발할 계획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서울시는 '고터' 일대 14만 6260.4㎡에 달하는 부지에 최고 60층 주상복합 빌딩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천일고속은 서울고속터미널의 지분 16.6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재개발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천일고속의 지분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심이 몰렸다. 이후 천일고속은 10거래일간 연속으로 상한가를 쳤다. 장중 51만8000원까지 주가가 뛰기도 했다. 주가가 급등한 여파로 지난달 26일과 지난 1일엔 주식거래가 정지되기도 했으나 몰려드는 투심을 식히진 못했다.

증권가에선 기업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오른 주가에 유의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일고속은 올해 1~3분기 누적 51억원만큼 영업손실을 봤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약 5억6734만원 반면 단기차입금은 약 147억5408만원에 달한다. 빚이 쌓여있는 적자 기업이란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통상 이런 종목은 '폭탄 돌리기'식으로 주가가 오른다"며 "다들 '나는 주가가 급락하기 전에 발을 뺄 것'이라고 생각하며 매수 버튼을 누르지만, 주가가 빠지는 시점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천일고속의 유통주식 물량은 전체 지분의 14%에 불과하다"며 "수급이 잠깐만 흔들려도 주가가 확 변동성을 거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0.17%를 보유한 동양고속의 주가는 장 개장 20여분만에 상한가로 직행했다. 가격제한폭(29.98%)까지 뛴 2만7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동양고속의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268.53% 올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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