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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가 아시아 최대 금융허브의 자리를 꿰차면서 ‘숨은 승자’로 부상한 기업이 있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카지노 기업이자,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를 운영하는 라스베이거스 샌즈(티커명 LVS)다. 회사 경영진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는 실적 성장에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터줏대감, 코로나19 터지자 아시아 시장에 '올인'
4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LVS는 0.72% 내린 6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조정에도 지난 2개월 동안 기록한 수익률은 30.27%로 집계됐다. 최근 6개월 기준으론 60.58%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14.84%)를 압도한 성과다.LVS는 한때 ‘죄악의 도시(Sin City)’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대표하는 카지노 기업이었다. 도박과 음주 등 유흥 산업에 편중된 라스베이거스에 대규모 전시시설을 보유한 컨벤션센터 ‘샌즈 엑스포’를 개업해 관광과 유흥, 전시를 결합한 현재의 도시 구조 확립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샌즈 엑스포는 이후 베니션 엑스포로 이름을 변경,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를 개최하고 있다.
전세계 관광업에 치명타를 가한 코로나19 팬데믹에 LVS 역시 창사 이래최대 위기를 맞았다. 2020년 순손실은 16억9000만달러에 달했고, 보유 현금 역시 2019년말 대비 절반 수준인 21억2000만달러까지 줄었다.

급속도로 악화하는 실적에 LVS는 결단을 내린다. 2021년, 이들은 62억5000만달러에 라스베이거스에 보유한 시설 3곳(더 베니션·베니션 엑스포·팔라조)을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비시 프로퍼티즈에 매각했다. 회사의 출발점이였던 더 베니션도 처분해 모든 자금을 싱가포르와 마카오 시설 확장에 투자하겠다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현재 LVS의 매출은 전적으로 싱가포르와 마카오에서 발생한다. 싱가포르에선 마리나 베이 샌즈를 운영하고, 자회사인 샌즈 차이나를 통해 마카오에서 4개 호텔(샌즈 마카오, 런더너 마카오, 더 베니션 마카오, 더 파리지앵 마카오)를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연간 83% 성장 '초대박'

20년 보금자리를 떠나 ‘타향살이’에 나선 LVS의 베팅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분기에 LVS는 매출 33억 3000만달러, 영업이익 7억 1900만달러를 신고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4%, 43%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적이 급감했던 마카오가 매출을 회복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홍콩의 금융과 관광 수요를 모두 흡수하면서 두 지역 모두 급격한 성장세를 선보인 결과다.

증권가에선 특히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전년대비 83% 급증한 7억4300만달러로 나타났다. VIP고객 매출이 282%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싱가포르 관광객 숫자가 전년 대비 20%대 성장을 기록했고, 세계 4위의 1인당 GDP(9만4481달러)도 2년전보다 10.64% 상승하는 등 카지노 이용객들의 구매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로버트 골드스타인 LVS 최고경영자(CEO)는 “싱가포르 부문은 올초 제시했던 연간 EBITDA 목표치 25억 달러 중 21억2000만달러를 이미 달성했다“며 “최종 실적이 어디까지 올라갈 지 내부적으로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카지노 이용객 급증과 추가 시설 공사 등을 고려하면 한동안 안정적인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22개 투자은행(IB)이 전망한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은 각각 33억5000만달러, 36억5000만달러다. 매년 약 10% 안팎의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밸류에이션, 마카오 전성기 대비 70% 수준"

아시아 시장을 선택한 LVS와 라스베이거스에 잔류한 경쟁사들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최대 카지노 리조트 운영사인 MGM리조트는 지난해 매출이 172억달러로, 레스베이거스샌즈(112억달러)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9%에 불과한 영업이익률,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로 한정된 입지 등 문제로 시가총액은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5분 1 수준이다.
싱가포르 시장의 구매력이 확인될수록 LVS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개선될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니엘 폴리처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마카오 카지노 산업의 절정기 당시 시장은 기업들에 최대 15배의 EV/EBITDA(기업가치 대비 EBITDA)를 부여했다“며 “현재 LVS에 부여된 EV/EBITDA는 10배 수준에 불과하고, 싱가포르가 마카오 대비 안정적인 규제구조와 부유한 인구구조를 갖춘 점을 고려하면 배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V/EBITDA는 기업가치(시가총액)를 상각전 영업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업종에 따라 목표 EV/EBITDA 배율을 제시하고 예상 실적(EBITDA)를 대입해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모델링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난 10월 이후 LVS를 평가한 월가 애널리스트 22명 중 15명은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급등으로 인해 이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는 현재가와 비슷한 66.63달러다. 12월 이후 보고서를 낸 3개 기관의 평균 목표주가는 76.63달러로 집계됐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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