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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카멜 다우드 "정답없는 비극, 소설로 쓸 수밖에 없었다"

입력 2025-12-05 16:35   수정 2025-12-05 23:56

알제리계 프랑스 소설가이자 기자인 카멜 다우드(사진)는 알제리에서 금지된 작가다. 알제리 헌법으로 언급을 막은 ‘알제리 내전’(1991~2002)의 비극을 글로 써 두 차례 체포영장을 받았다. 그에게 지난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을 안긴 장편소설 <후리>는 알제리에서 ‘금서’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그는 2년 전 고향을 떠나 프랑스에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우드는 지난 3일 서울 합동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진행한 내한 간담회에서 “<후리>를 펴낸 뒤 강렬하고 폭력적인 반응을 마주했다”며 “알제리의 상처를 건드렸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출간된 <후리>의 주제는 기억과 목소리다. 알제리 군부와 이슬람 세력 간 내전 중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서 생존한 ‘오브’라는 소녀를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삼아 비극을 증언한다. 참혹한 미소처럼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를 가진 오브는 후두와 성대가 손상돼 육성을 잃고 튜브로 숨을 쉬는데, 이는 알제리의 “제도화된 망각”을 상징한다. 다우드는 “세계적으로 기억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 국가는 알제리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은 기억에서 잊히는 것으로, 글은 지난 세월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우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하는 ‘연세노벨위크’ 참석차 처음 방한했다. “한 작가와 저는 기억과 개인의 자유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죠.”

지금도 알제리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다우드는 “유럽 밖을 벗어난 게 처음이라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조금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정부를 비판해 1년간 구금됐다가 풀려난 알제리 동료 작가 부알렘 상살을 그저께 만났습니다. 알제리 비밀경찰의 말을 들려주더군요. ‘다우드에게 파리에 있어도 찾아낼 수 있다고 전해’라는 말을요.”

금서 지정은 책을 화제작으로 만들었다. 프랑스에서만 60만 부 팔렸다. 알제리에서도 비밀리에 읽힌다. “파리에서 북토크를 할 때 별다른 대화 없이도 그 청중이 알제리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뒤쪽에서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제 이야기를 듣고 있었거든요.”

기자로서 알제리 내전을 취재한 그는 왜 소설을 통한 증언을 택했을까. 다우드는 “정답이 없을 때는 소설을 쓰게 된다”며 “소설은 질문을 제시하는 행위로, 작품 속 인물들이 현실의 모순을 어떻게 이겨내고 답을 찾아가는지 그 과정을 쓰려 한다”고 설명했다.

알제리와 프랑스, 두 국가의 관계는 복잡미묘하다. 알제리는 131년간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는데 여전히 프랑스어를 널리 사용한다. 일각에선 알제리 내전과 독재 등 정치적 불안을 식민지배의 후유증으로 해석한다. 프랑스가 이민협정 등을 통해 알제리의 경제·외교적 우방 역할을 맡는 측면도 있다. 양국 간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다우드가 지난해 알제리 출신 작가 최초로 공쿠르상을 받자 정치적 해석이 쏟아졌고, 그가 프랑스 식민지배의 책임을 비판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다우드는 “알제리의 불안정한 상황이 절대적으로 프랑스 식민지배에서 비롯했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복잡한 것 같다”며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건 프랑스어가 사랑의 언어, 열망의 언어이기 때문이라 정당화하거나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고 했다.

“나는 현재를 살기 위해 글을 씁니다. 국가폭력을 경험한 한국의 독자들이 ‘고통, 죽음 이후에도 삶은 존재하고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랍 세계는 후손보다 조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런 관점을 뒤집고 싶었어요.”

‘후리’는 이슬람교에서 선녀와 같은 존재다. 의인들이 천국에 가서 만나는 72명의 아름다운 처녀를 뜻한다. 다우드는 천국이 아니라 매일매일 우리가 사랑하고 만나고 교류하는 현실의 여성들을 주제로 다루고 싶었다고. “제가 페미니스트인 이유는 단순합니다. 한 국가가 여성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국가의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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