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락동 ‘래미안파크팰리스’는 지하철 5호선 개롱역과 맞붙어 교통이 편리하다. 총 919가구에 전세 물건은 1가구만 나와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 대출 규제 등으로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요즘 전세 물건은 말 그대로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정부 규제로 묶이면서 수도권 주택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최근 1년 새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 등으로 매매 시장 위축 속에 전·월세 등 임차 수요가 늘었지만 물건은 감소해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14% 상승했다. 지난 2월 초부터 44주 연속 오름세다. 올해 들어 누적 상승률은 3.1%에 달한다. 자치구별로 송파구 전셋값 누적 상승률이 8.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강동구(7.2%), 영등포구(4.3%), 양천구(4.2%), 광진구(4.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경기권도 8월 이후 전셋값이 뛰고 있다. 8월 첫째 주부터 18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과천과 성남 등 서울과 가까운 남부 지역 전셋값이 강세다. 과천은 올해 들어 전셋값 상승률이 9.4%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재건축 이주 수요 등으로 전세 물건이 급감한 영향이다. 안양 동안구(7.7%), 하남(7.2%), 수원 영통구(6.3%), 구리(5.2%), 성남 분당구(4.7%), 용인 수지구(4.4%) 등도 올해 들어 전셋값이 급등한 지역이다.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전세 물건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갭투자 등이 막힌 영향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5100여 가구로 올해 초(3만1800여 가구)보다 21% 줄었다. 안양 동안구는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후 전세 물건이 38.2% 급감했다.
대출 규제 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임차인(세입자)이 계약 갱신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세 잠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전셋값이 오르고 물량이 줄면서 일부 전세 수요는 보증부 월세 등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임대차 시장 불안이 집값 자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물건이 얼마 안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대단지 아파트 입주 후 공급 증가로 전셋값이 급락한 풍경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주간 상승률 0.2~0.3% 수준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로 당분간 전셋값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집들이 물량은 올해 4만2611가구에서 내년 2만9161가구로 31.6% 급감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는 같은 기간 27만9304가구에서 20만9191가구로 25.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전세 물건 감소 등으로 내년 전국 전셋값 상승률을 4%대로 전망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내년 전셋값 폭등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전세 자금 대출 규제도 강화되면서 임차인이 원하는 지역에서 거주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임근호/손주형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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