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유럽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반 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이 이민 정책으로 인해 더 이상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변해가고 있다"며 "이민 정책이 유럽 국가들의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유럽이 문명적 소멸이라는 암울한 전망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은 유럽 전역에서 뜻을 같이하는 애국적인 정당을 지원해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비유럽인이 다수가 되는 미래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의 위대함 제고'라는 NSS의 한 파트를 유럽 국가들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NSS는 "우리는 유럽이 유럽적인 상태로 남길 원한다"면서 "문명적 자긍심을 회복하고 실패한 숨 막히는 규제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정부는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초국가 기구들이 정적의 탄압을 위해 시민의 자유와 국가 주권을 훼손하고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는 등 "민주주의 주요 원리들을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국적 유럽 정당들의 영향력 증대는 위대한 낙관의 이유가 된다"면서 미국이 향후 유럽 내 이민 문제와 싸우고 국가주의를 확산시키는 정치세력을 지지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저항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적시했다.
뉴욕타임스는 구체적인 정당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애국적 유럽 정당'은 영국개혁당과 독일대안당(AfD) 등 강한 우익 성향의 유럽 신생 정당들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NSS는 "미국의 향후 목표는 수십 년에 걸쳐 유럽이 현재의 궤도를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NYT는 이번 NSS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유럽의) 다른 국가주의 정치인들에게 정치체제를 개혁하라는 신호로 삼고자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유럽에선 NSS 내용에 대해 오랜 동맹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어떤 국가나 정당의 조언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비롯해 독일 내에서 어떻게 자유로운 사회를 조직할지에 관한 문제에서는 미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유럽의회 대미관계위원장인 브란도 베니페이(이탈리아) 의원은 NSS에 대해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문구"로 가득 차 있다"면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일부 내용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 같다"면서 "유럽연합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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