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가 2029년 남녀공학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학생들과 학교 측의 갈등이 재점화했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대학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는 학교 측과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학생들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의 여대는 여성이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을 본 초기 선교사들이 1886년 이화학당 등 여성만을 위한 교육 기관을 설립한 것에서 시작됐다. 산업화 시대에는 여성 전문인력 양성소로, 이후에는 여성 리더 양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남녀공학 및 이공계 선호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여대의 인기가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취업난이 심화되고 이공계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여대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부 대학은 이공계 규모가 작은 구조적 한계로 산학협력이나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참여에서도 큰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세종대의 성공 사례는 공학 전환 논의가 본격화하는데 불을 붙였다. 1981년 수도여대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된 세종대는 학과 구조조정과 첨단학과 증원을 통해 이공계 중심 대학으로 변신했다. 현재 신입생 10명 중 7명이 공대생이다. 그 결과 영국 대학 평가 기관 QS가 공개한 2025 세계 대학 평가에서 국내 대학 순위 11까지 오르며 전성기를 맞았다.
사회적으로는 약대 학부 선발이 재도입된 2022년 전후로 ‘인서울 약대 8곳 중 4곳이 여대’라는 점을 두고 남학생들이 “입시 기회가 제한된다”고 주장하며 형평성 논란이 부각되기도 했다.
반면 학생들은 “여전히 남성 리더들이 주류인 상황에서 여성들만 모여 있는 조직에서 더 많은 기회와 역할을 얻을 수 있고, 이는 곧 여성들의 성취로 이어진다”며 여대 존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사회적 유리 천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교육계 관계자는 “동덕여대 사태는 학내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 뿐만 아니라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자체가 존립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여성 대학’의 정체성과 현실적 생존 전략 사이의 딜레마가 표면화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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