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ENM 등 콘텐츠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배우 조진웅이 이른바 '소년범 논란' 이후 은퇴를 선언하자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 '시그널2'의 방영 여부가 불투명해진 탓으로 분석된다. 이미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가 방영되지 못하면 관련 기업들 실적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논란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했으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 ENM은 이날 2.25% 내린 6만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월22일 장중 기록한 최고가(8만2300원) 대비 26%나 급락한 상태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7억원과 1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 소년범 전력 논란에 은퇴를 선언한 점이 주가 하락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CJ ENM 산하 방송사 tvN은 창사 20주년 기념작으로 내년 초 시그널2 방영을 앞두고 있었다. 흥행에 성공했던 시즌1에 이어 김은희 작가가 시즌2의 각본을 썼고 김혜수·이제훈·조진웅 배우가 그대로 출연해 기대작으로 평가받았다. 이 작품에 투입된 제작비만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연을 맡은 조진웅이 고등학생 시절 강도·강간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송치됐었다는 보도에 은퇴를 선언하자 드라마 방영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이날 CJ ENM 자회사이자 시그널2의 기획을 맡은 스튜디오드래곤(-0.77%)과 시그널2 제작사인 비에이엔터테인먼트를 계열사로 둔 콘텐트리중앙(-1.88%)도 동반 하락했다.
한 증권사 콘텐츠 기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시그널2' 방영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이 일부 있었던 것 같다"며 "제작비가 모두 투입된 상황인 만큼 투자비 회수 여부에 따라 기업들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다를 텐데, CJ ENM의 경우 배급사라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주가가 하락하자 콘텐츠주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는 개인 투자자의 성토가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방송가 초비상인데 CJ ENM은 침묵 중이고 주주들만 마음 고생하며 지옥문 (열렸다)"(CJ ENM)" "'시그널2' 방영이 결국 취소됐다는 소식이 나오면 더 하락할 것 같아 걱정(스튜디오드래곤)"이라며 속앓이를 했다.
이미 방송사들은 조진웅이 출연한 작품에서 그를 비공개 처리하거나 목소리 출연자를 교체하는 등 '조진웅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시그널2'가 방영된다 해도 홍보와 흥행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SBS는 조진웅이 해설을 맡았던 다큐멘터리 '갱단과의 전쟁' 내레이터를 전격 교체했고, KBS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던 다큐멘터리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 편을 비공개 처리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콘텐츠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은정 DB증권 연구원은 "(이번 논란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기업은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뿐인데, 이날은 콘텐츠주 전반적으로 주가가 다 내렸던 만큼 관련 영향은 크게 없다고 봐야 한다"며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 발표 이후 독과점 우려 때문에 하락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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